일본 연고없는 노인들 장례모임 확산. 우려되는 우리사회
3월16일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 연고가 없는 노인들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장례모임'이 조명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초고령 사회인 일본은 10년 내 노인의 장례가 사회문제로 대두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100세 이상 노인은 6만 5692명으로, 100세가 넘는 노인은 46년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 니시나리구는 대표적인 빈민가인데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장례모임은 5년 전 승려 스기모토 요시히로(73)가 처음 만든 후 지금까지 약 100여 명이 이 모임을 거쳐갔으며 당시 그는 무연고 노인의 장례를 치르며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을 서로 배웅하자는 취지로 모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날 오사카시 나시나리구 시민관에 모인 회원 22명은 연고가 없거나 가족이 있더라도 개인적인 사정상 연락을 취할 수 없어서 고독한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은 1달에 한 번 회비 100엔(약 1000원)을 내고 모임에 참여한다. 모임에서 이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유서를 남긴다. 유서는 거창하거나 특별한 내용 없이 소박하기 그지없다. 공개된 유서에는 자신의 부고를 가족에게 전해달라는 내용이 특히 많았으며, 한 노인은 '깨끗한 옷을 입고 떠나고 싶다'는 소망을 남겼다.
모임은 가입받는 시기나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지만, '절대 남의 과거를 먼저 묻지 않는다'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 본인이 직접 말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될 수 있으면 밝은 이야기를 하자고 모두 약속한다.
이날 모임에 참여한 A씨(75)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는 "일용직으로 근근이 생활한다"고 짤막이 자신을 소개했다.
이곳 사람들은 A씨처럼 말못할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회원 B씨(66)는 유명 레스토랑 체인점 주방장이었는데 3년 전 영업 부진으로 폐점하자 하루아침에 일용직 노동자가 됐다. B씨는 "재취업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나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절했다"며 "작년부터는 일용직도 구하기 어려워 생활보호 대상자가 됐다"고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이혼 한 아내와 30대 아들, 손자 2명이 있지만 "연락을 취할 수 없다"고만 말하며 "죽음이라는 불안이 모임에 참여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 스기모토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형편이 어렵고 가족이 있어도 연락을 취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
모임은 지금까지 5명을 배웅했다. 스기모토는 장례식에 화사한 옷을 입고 온 회원 한 명을 기억했다. 그에게 화사한 옷은 단 한 벌뿐인 외출복이었다. 그는 낡아서 헤지고 위생도 외관상으로도 보기에 좋지 않은 옷을 대신해 격식을 차린 것이었다. 그는 단 한 벌뿐인 옷을 입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스기모토는 "거창하지 않은 모임에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이 모여 고인이 생전에 남긴 소원을 들어주고 마지막을 배웅하고 있다"며 "이곳 사람들은 혼자가 아니다. 모두 동료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릿쿄대 대학원 이나바 츠요시 특임 교수는 "연고 없이 혈혈단신 하는 고령자의 증가는 일용직 노동자의 거리에서 선행적으로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며 "대도시에서도 조만간 인생의 마지막을 고민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옅어진 혈연관계와 핵가족화, 황혼이혼 등이 독거노인의 증가를 가중하는 한편, 종신고용이 사라진 후 정규직 자리에 비정규직을 채워 근로자들이 노후를 준비하기는커녕 하루하루 먹고살 걱정을 해야 한다며 "이러한 사람들이 노년에 거리의 노동자로 전락해 평생 고생만 하다 세상을 떠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계를 기준으로 하지 않는 새로운 장례문화를 생각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독사하지 않으려는 고독한 사람들의 모임이 일본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며 사회안전망이 촘촘히펼쳐주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