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立夏)



입하(立夏)는 24절기중 일곱번째 절기로 '여름(夏)에 들어선다'라는 뜻이다.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麥凉), 맥추(麥秋)라고도 하며, ‘초여름’이란 뜻으로 맹하(孟夏), 초하(初夏), 괴하(槐夏), 유하(維夏)라고도 부른다.
입하 무렵이 되면 농작물 파종과 생육이 왕성하게 시작되면서 몹시 바빠지며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계절로 봄은 완전히 퇴색하고 산과 들에는 신록이 일기 시작하며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린다. 묘판에는 볍씨의 싹이 터 모가 한창 자라고, 밭의 보리이삭들이 패기 시작한다. 논밭에는 해충도 많아지고 잡초가 자라서 풀뽑기에 부산해진다.
입하 즈음에는 찻잎을 재배해서 차를 마시거나 쑥과 달래, 냉이, 씀바귀 등의 봄나물을 먹는다. 특히 쑥을 이용한 음식을 많이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쌀가루와 쑥을 버무려 시루에 쪄 먹는 떡, 이른바 쑥버무리 등으로 농사꾼들의 입맛을 돋우기도 했다. 또 입하가 되면 그날의 날씨로 점을 쳤다. 즉 동풍이 불면 오곡을 수확하고 백성이 편안하다고 여겼다. 또한 입하에 달무리가 있으면 그해에 물이 풍부하고, 그렇지 않으면 물이 귀할 것이라 예상하였다. 입하에 날이 청명하면 반드시 가뭄이 든다고 믿었다.
입하 관련 속담으로는 ‘입하 물에 써레 싣고 나온다.’,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 등이 있다. 입하가 다가오면 모심기가 시작되므로 농가에서는 들로 써레를 싣고 나온다는 뜻이며, 후자는 옛날 재래종 벼로 이모작을 하던 시절에는 입하 무렵에 한창 못자리를 하므로 바람이 불면 씨나락이 몰리게 되는데 이때 못자리 물을 빼서 피해를 방지하라는 뜻이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해는 목화가 풍년 든다는 뜻으로 “입하 일진이 털 있는 짐승날이면 그해 목화가 풍년 든다.”는 말도 있다.
입하때가 되면 피는 이팝나무는 한자로 육도목(六道木)이라고 하며, 수꽃에 암술이 없는게 특징으로 그래서 그런지 꽃에 벌을 발견 할 수 없는 것이 참으로 특이하다. 꽃이름의 대한 유래는 몇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입하 무렵에 꽃이 피므로 입하가 이팝으로 변음하였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 꽃이 만발하면 벼농사가 잘 되어 쌀밥을 먹게 되는 데서 이팝(이밥, 즉 쌀밥)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며, 셋째는 꽃이 필 때는 나무가 흰 꽃으로 덮여서 쌀밥을 연상시키므로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것이다.
입하에는 구화(舊火)를 신화(新火)로 바꾸는 행화(行火) 의식이 행해졌다. 주례(周禮)에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나라의 불씨[國火]를 바꿔 때에 따라 유행하는 전염병을 구제하였다고 한 데에 연원을 두고 있다. 조선시대 개화의식은 이와 같은 "주례"의 내용을 상고하여 1406년(태종 6)부터 시행되었다("태종실록" 6년 3월 24일)고 기록되어 있다. 개화를 행하는 이유는 불씨를 오래 두면 양기가 정도에 지나치게 형성되어 역병이 생길 수 있어, 계절마다 각기 다른 나무에 불을 붙여 불씨를 바꾸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