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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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를 ‘선태(蘚苔)식물’이라고 부른다. 이는 솔이끼류를 뜻하는 선류와 우산이끼류를 뜻하는 태류를 합친 말이다. 학술적으로 선태식물은 우산이끼강, 솔이끼강, 뿔이끼강 등 크게 3개의 강(綱 또는 class=생물을 분류하는 계급)으로 이루어진다. 그들의 구분법은 다음과 같다.
솔이끼류(선류)는 잎에 맥이 있고, 자손을 생산하는 포자를 담고 있는 삭의 수명이 긴 편이다. 우산이끼류(태류)는 잎에 맥이 없고 솔이끼와 달리 삭의 수명이 2~3일에 그친다. 뿔이끼류는 이름처럼 삭을 달고 있는 포자체가 길쭉한 뿔모양이다.
이끼의 광합성 활동은 보통 25℃ 정도에서 가장 활발하고, 약 400Lux의 빛(맑은 날 해가 뜨거나 질 때의 밝기)에서 잘 성장한다.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은 물을 증발시켜 이끼를 말라죽일 수 있기 때문에 이끼는 그늘지고 서늘하며 습한 곳을 선호한다.
이끼는 원래 ‘물기가 많은 곳에 나는 푸른 때’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하지만 차츰 바위나 나무, 작은 식물 등에 달라붙어 사는 식물 전체를 부르는 용어가 됐다.
이끼는 물속에 살던 조류가 진화해 육지로 올라온 최초의 육상 식물이다. 그러다보니 살아가는데 반드시 물기가 필요했고, 습기가 있는 곳에서 주로 자라게 됐다. 집 주변의 돌담이나 그늘지고 축축한 마당, 습기가 많은 숲 속 등에는 다양한 종류의 이끼가 살고 있다.
비를 저장하고 조절하는 기능도 한다. 이끼는 세포 속에 대량의 물을 저장할 수 있어 평균적으로 자기 몸무게의 5배 정도의 물을 몸에 가둬둘 수 있다. 특히 이탄이끼(Peat Moss)의 경우에는 그 양이 최고 25배에 달한다. 따라서 갑작스럽게 비가 왔을 때 이끼는 많은 물을 저장해 홍수와 강의 침식 등을 막고, 비가 잘 내리지 않을 때는 저장했던 물을 내놓아 피해를 줄이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숲의 홍수와 가뭄 방지 기능을 이끼도 함께 하는 것이다.
생수태(Sphagnum Moss)는 물 저장력이 뛰어나 상처를 감싸는 붕대로 만드는 데 이용됐고,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이탄이끼를 지혈을 위한 외과치료용으로 사용했다. 중국에서는 줄기와 잎의 구분이 비교적 뚜렷한 이끼의 종류인 선류(蘚類)를 식물기름과 혼합해 습진이나 베인 상처, 화상 등을 치료하는 데 이용했다. 선류의 추출물은 기관지염이나 심혈관 질환, 이뇨제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끼는 의약품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연구결과 화학적 성분도 어느 정도 입증됐다.
소나무 껍질에 돋은 이끼는 약재로 사용하기 보다 향으로 사용한다. 이름은 한자로 송수피상록의(松樹皮上綠衣)라고 한다. 애납향(艾蒳香), 낭태(狼苔)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