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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공포증, 오해와 진실 7가지

nyd만물유심조 2024. 8. 21. 21:36


지난 8월 1일 인천시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가만히 주차돼 있던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에서 갑자기 불이 났다. 이 화재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 차량 87대가 불에 타고 783대가 그을렸다. 당시 화염으로 주차장 내부 온도가 1000℃ 넘게 치솟았다. 지하에 설치된 수도관과 각종 설비가 녹는 등 피해가 컸다.

이 사건은 전기차에 대해 불안을 넘어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국가가 보조금까지 줘가며 적극적으로 구매를 장려했던 전기차가 한순간에 기피 대상이 된 것. 서울시는 부랴부랴 90% 넘게 충전한 전기차의 아파트 출입을 막겠다는 권고안을 내놨다. 주요 아파트와 건물은 ‘전기차 지하주차장 출입금지’ 안내문을 내걸기 시작했다.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의 수입사인 메르세데스-벤츠는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45억원을 내놓겠다고 했다.

전기차는 이처럼 위험천만한 교통수단일까. 과충전을 하지 않는다면 화재가 일어나지 않을까. 기술적으로 열폭주(Thermal Runaway)를 막을 방안은 없을까.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을 때 보험 처리는 어떻게 될까. 차주에게 법적인 책임을 있을까. 대한민국을 휘감은 ‘전기차 포비아’가 합당한지 오해와 진실 7가지를 추렸다.

1. 화재 원인은 바닥 충격? ▲
과충전·방전이 열폭주·단락 이어질 수도

전기차 화재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1000℃ 넘게 치솟아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 이 때문에 화재 원인 분석이 어렵다. 외부 요인으로 분리막이 손상돼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고 배터리 품질 문제일 수도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과충전이다. 당장은 괜찮아도 배터리에 ‘스트레스’가 누적돼 주차 중 화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충전이 원인으로 꼽히는 건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과 관련 있다.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충·방전을 하는데 리튬이 움직이는 통로(전해질)가 휘발성 액체다. 과충전은 양극에만 리튬이온이 가득해지는 현상을 유발한다. 화학 구조가 불안정해지며 온도가 상승해 열폭주가 발생할 수 있다. 혹은 온도 상승에 따른 배터리 팽창 같은 스트레스가 누적돼 분리막 등 내부에 문제를 일으켜 단락(쇼트 서킷)을 유발할 수도 있다. 단락은 배터리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하는 현상으로 열폭주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김수형 부산대 나노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이차전지 열폭주’ 보고서에서 “배터리에서 열폭주가 일어나면 전압이 상승하거나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고 전해액 온도가 상승해 끓어오르는 현상이 발생, 다시 말해 열로 인해 더 큰 열이 이어지는 양성 피드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충전과 반대로 ‘방전’ 역시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과충전만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나친 방전 역시 전기차 화재의 직접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방전’은 과충전과 반대로 방전이 계속 이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음극에서 리튬이 모두 빠져나간 뒤에도 방전이 지속되면 음극의 집전체(얇은 두께의 막)인 동박(얇은 구리 포일)이 산화돼 구리 금속이온이 전해액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전해액에 녹은 구리 금속이온은 분리막을 뚫고 내부 단락을 유발할 수 있다. 과충전과 유사한 원리로 열폭주가 발생, 화재로 이어지는 식이다.

정부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과충전 방지 장비인 전력선통신(PLC) 모뎀이 없는 전기차 완속충전기의 경우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에서 일반형 완속충전기 지원 740억원, PLC 모뎀이 있는 완속충전기 지원 800억원을 편성했는데, 내년부터 일반형 완속충전기 지원 예산은 별도 편성하지 않고 PLC 모뎀이 있는 완속충전기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지자체 일각에서는 충전율(SOC) 제한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서울시는 아파트 등 공공주택 지하주차장에는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들어갈 수 있도록 권고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권고인 만큼 강제할 근거는 없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해당 준칙을 참고해 각 단지별 상황에 맞는 ‘공동주택 관리규약’을 정하게 된다.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완성차업계는 “완충과 과충전 개념을 혼돈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충전율 제한과 과충전 간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해양수산부도 전기차를 배에 실을 때 충전율을 50%로 제한하는 권고를 내렸지만 이는 화재 발생 후 충분한 대응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내린 조치다. 과충전과는 관련 없다. 국립소방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율이 100%일 경우 열폭주 이후 화재가 옆 전기차로 전이되는 데 걸린 시간은 7분 50초다. 하지만 충전율이 50%일 경우 31분 59초 걸렸다. 또한 충전을 제한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100% 충전 기준 배터리값을 지불하고, 활용은 90% 이하로 하게 돼 사실상 손해를 입게 되는 문제도 논란거리다.

2. 일반 소화수로 불 못 끈다? O
방수·방진 처리…‘소화 수조’ 필요

전기차 화재는 진압이 어렵다. 발화점이 배터리거나 배터리로 불이 번졌을 경우 일반 소화수로는 못 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이 문제다. 리튬은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온도가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리튬에 붙은 불은 물로도 소화가 안 된다. 소방청을 비롯한 방재업계는 수년 전부터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을 알고 꾸준히 연구를 진행해왔지만, 리튬 열폭주를 완전히 막는 물질을 개발하지 못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는 방수와 방진 처리가 돼 있다. 전기차를 물에 빠뜨려 불을 끄는 ‘소화 수조’, 이불처럼 전기차를 덮어 공기를 차단하는 ‘질식 소화포’ 등이 활용되는 이유다. 소방청에 따르면 내연기관차 화재 대비 전기차는 90배의 물이 더 필요하다. 물로 온도를 내린 뒤 사람이 접근 가능한 수준이 되면 질식 소화포를 차량에 덮는다. 산소를 차단해 화재 확산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후 주변에 이동식 수조를 설치한다. 수조에 물을 넣어 전기차 배터리를 냉각하는 방식으로 진화 작업을 마무리한다.

문제는 화재 발생 장소가 지하주차장인 경우다. 좁은 폭과 공간을 가득 채운 자동차 탓에 소방차 진입은 물론이고 대형 장비 진입도 불가능에 가깝다. 진압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화재는 확산돼 피해 규모는 커진다. 차량 72대를 태운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도 진압에 8시간 이상 소요됐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완전한 화재 소화는 어렵지만 인접 차량 ‘화재 전이’를 막아 대규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하 건설연구원)은 ‘지하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화재의 소방시설 적응성 분석을 위한 실규모 소화 실험’ 보고서에서 “스프링클러(2개) 상부 주수 시 전기차 배터리 화원에 대한 직접적인 소화는 어렵지만 인접 차량으로의 화재 전이는 차단 가능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기재된 실험 결과를 보면 화재 옆 차량의 경우 일부 도장면 손상은 발생했지만 화재 전이는 일어나지 않았다. 인접 차량의 앞문과 뒷문 온도는 80℃ 이하를 유지했고 하부 온도 역시 38.1℃ 이하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옆에 주차된 차량이 전기차라고 가정했을 때도 추가적인 화재 발생 가능 온도까지 도달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부 주수 스프링클러(3개)까지 더해질 경우 인접 차량 측면과 하부 온도는 30℃ 이하를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전북 군산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차된 쉐보레 볼트 EV 차량에 불이 났으나 스프링클러가 초기에 작동해 피해를 줄였다. 불도 45분 만에 꺼졌다.

소방당국도 당장의 대책으로 스프링클러 간격을 좁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건물의 천장 등에 설치하는 스프링클러는 관련 화재안전성능 기준상 헤드(물이 뿜어져 나오는 곳) 간 거리가 2.3m다. 소방당국은 전기차 충전 구역이 있는 지하주차장의 경우 스프링클러 헤드 간 거리를 2~2.1m로 좁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헤드 간 거리가 10% 줄면 같은 면적에 약 20% 더 많은 헤드를 설치할 수 있다.

3. 화재는 충전 중에만 발생? X
주차 중 화재도 4건 중 1건 빈번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전기차는 화재 발생 사흘 전부터 계속 주차 중이었다. 가만히 세워둔 차에서 불이 난 것. 전문가들은 “분리막이 외부 충격이나 지속된 스트레스로 손상된 경우 주차 중 불이 날 수 있다”고 말한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차량 하단에 있다. 전기차 차체가 낮은 이유다. 차량 제조사에서 강성을 더하고 보호 장치(배터리팩)를 추가했기 때문에 쉽게 손상되진 않는다. 하지만 강한 외부 충격이 반복돼 쌓이면 배터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지난 4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기차 배터리 교체 건수는 126건, 이 중 38.9%가 연석·방지턱 등 도로 시설물에 의한 손상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단순 긁힘에 의한 배터리팩 손상이지만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이 밖에도 과충전이나 방전으로 배터리 스트레스가 누적돼 내부 분리막을 손상, 주차 중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통계로 봐도 주차 중 화재는 생각보다 빈번하다. 소방청이 지난 4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2021~2023년) 발생한 전기차 화재 139건 중 36건(25.8%)이 주차 중 일어났다. 운행 중이 68건(48.9%)으로 가장 많았고 충전 중은 26건(18.7%)으로 나타났다.

물론 전기차만 주차 중 화재가 발생한다고 오해해선 안 된다. 내연기관 역시 주차 중 불이 날 수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2021~2023년) 발생한 내연기관 화재 1만933건 중 2024건(18.5%)이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운행 빈도가 적은 주차장 특성을 고려하면 주차 중 화재가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방재학회에 등재된 ‘주차 차량 전기화재 원인 분석·위험 진단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내연기관 역시 상시전원 회로 내 접촉 불량이나 부분 단절, 회로 연결 오류 등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다. 화재 발생 시 내연기관이 전기차보다 더 높은 온도의 불을 내뿜는 만큼 위험도 역시 크다. 화재 시 전기차의 외부 최고 온도는 631℃를 기록한 반면 가솔린 차량의 외부 최고 온도는 935.4℃로 나타났다. 휘발유 영향으로 가솔린 차량이 더 높은 온도까지 상승한 것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화재 전이가 쉬운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나고, 스프링클러 등 초기 진압 수단이 없다면 동력원과 무관하게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 중국산 배터리가 문제라고? ▲
원산지보다는 ‘방식’이 핵심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자동차 브랜드는 믿지 못하겠다.”

연달아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를 둘러싸고 여론은 ‘중국산 배터리’에 강한 불신을 드러낸다.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이 배터리 ‘열폭주’인데,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중국산 제품이 화재 원인이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다. 현재 완성 자동차 회사에 연달아 ‘배터리 원산지’를 요구하라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배경에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공포가 자리한다.

실제 중국산 배터리가 문제인 것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정확히는 ‘중국산 NCM 배터리’가 원인이다. 인천 청라 화재의 원인인 벤츠 EQE의 경우 중국 제조사 파라시스의 NCM 배터리가 탑재됐다. 전기차용 이차전지는 양극재 원료에 따라 2가지로 분류된다. 리튬인산철을 주성분으로 하는 LFP 배터리와 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양극재를 사용하는 리튬이온(NCM) 배터리다. LFP는 철이 주성분이다. 질량이 무거운 철이 들어간 덕분에 안정성이 높다. 반면, 에너지 밀도가 낮아 효율성이 떨어진다. LFP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주행 가능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다. 겨울철 방전 위험도 크다.

NCM 배터리는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 주행 거리가 길고, 방전위험이 적다. 다만 리튬이온 특성상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흔히 보는 열폭주 현상 대부분이 NCM 배터리에서 발생한다.

한국산보다 중국산 NCM 배터리가 위험하다고 보는 이유는 ‘기술 축적’ 때문이다. 한국 기업은 NCM 배터리를, 중국 기업은 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시장을 개척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기업은 NCM 배터리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오랜 기간 투자를 이어왔다. 반면 LFP가 주력이던 중국 기업의 경우 NCM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안정성을 잡는 노하우가 국내 기업보다는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현지에서도 자국 기업의 NCM 배터리를 향한 안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 서구의 한 공업사에서 경찰이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시작된 벤츠 전기차에 대해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매경DB)원본보기
인천 서구의 한 공업사에서 경찰이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시작된 벤츠 전기차에 대해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매경DB)

5. 전기차 화재, 더 많나? X
美 통계상 하이브리드차 100분의 1

단순 통계로만 따지면 전기차는 오히려 여타 차량보다 화재 사고 건수가 적다. 유독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극심한 이유는 명확하다. 피해 규모가 훨씬 큰 만큼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기 때문이다.

비행기 사고 발생 확률이 자동차보다 훨씬 낮지만, 비행기 탑승 때 불안감을 느끼는 이가 더 많은 이유와 비슷하다. 미국안전협회(NSC)에 따르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1100만분의 1이다. 자동차 사고 사망 가능성보다 65분의 1 낮다. 하지만 비행기 사고는 한번 발생하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진다.

통계만 따지면 일반 내연기간 차량과 하이브리드 화재 사고가 훨씬 많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교통통계국(BTS)이 집계한 2021년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전기차 화재 사고는 10만대당 25.1건이었다. 가솔린 차량(1529.9건)과 하이브리드(3474.5건)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호주, 노르웨이, 스웨덴이 집계한 사고 조사 결과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화재는 각각 1만933건과 13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1만대당 화재 건수는 내연기관차가 1.9건, 전기차는 1.3건이었다.

다만 화재 사고에 따른 평균 피해액은 전기차가 더 크다. 소방청 조사 결과 지난해 전기차 화재 재산 피해액은 1건당 평균 2342만원, 내연기관차는 952만원이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대중은 최신 기술과 관련된 사고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자동차업계에선 그 대상이 전기차”라며 “피해 규모가 큰 만큼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실제 통계보다 과도한 공포심이 형성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6. 화재 피해, 운전자가 물어낼까? X
보험사 “先보상 後구상권 청구”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피해액이 최대 1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산되면서 보험 처리에 관심이 쏠린다. 화재 발생 차량과 주변 차량은 물론 아파트 설비 파괴, 여기에 단전·단수 등으로 입주민이 받은 피해까지 포함하면 그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인 책임이 있는 주체는 3개다. 평소 차량을 운행하며 관리하는 차주, 자동차를 만들고 수입한 벤츠·벤츠코리아, 그리고 스프링클러를 차단해 피해를 키운 아파트 관리사무소다.

일단 차량 피해는 자동차보험 내 ‘자차보험(자기차량 손해담보)’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화재가 발생한 차량뿐 아니라 그을림, 분진, 탄 냄새 등 영향을 받은 인접 피해 차량도 마찬가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각 보험사는 피해 차주 자차 처리 신청을 받아 일단 보험금을 지급한 후,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면 일제히 구상권 청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며 “단, 원칙상 전액 보상은 어렵다. 특약 내용에 따라 자기부담금이 일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피해 보상은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불이 난 차량 주인 과실이 인정될 경우 해당 차주 보험사에 책임이 있다. 대물배상 한도가 넘어가는 피해액은 차주가 물어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차주가 책임을 떠맡을 확률이 낮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차주가 운행하거나 차를 조작하던 상태에서 화재가 난 경우가 아니라서다. 차량은 사흘 가까이 주차돼 있던 상태에서 갑자기 불이 붙었다. 판례와 통념상 차주까지 책임이 갈 가능성은 적다.

배터리나 자동차 제조 회사 과실로 판명되면 해당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전망이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거나 주차장 관리 부실에 따른 문제로 확인되면 아파트 관리 주체 측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김원용 교통전문 변호사는 “보험사에서 배상을 한 다음, 벤츠에 제조물 책임법을 물어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스프링클러의 경우, 기록을 살펴봐서 누군가가 일부러 껐다면, 보험 회사가 당사자를 대상으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주차장을 비롯한 아파트 설비 피해는 주택화재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수리, 잔존물 해체, 청소 등에 소요된 비용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단전·단수에 따른 피해 등 화재 직접 피해가 아닌 2차 피해는 보상이 어렵다.

화재보험사도 책임 소재를 가려 구상권을 청구한다. 이때 차주는 자기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복구비용을 책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소송 사례가 있다. 서울 아파트에서 발생한 승용차 화재를 놓고 보험사와 소유주 간 법정 소송에서 재판부는 보험사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차량 소유자 잘못으로 불이 났다고 해도 (아파트 입주민인) 이들은 제삼자가 아닌 해당 주택 화재보험의 피보험자”라며 구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한편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이참에 자동차보험 대물배상 한도 상한을 높여야 한다”는 논의를 시작했다. 전기차 화재 피해액이 끝없이 올라갈 수 있는 만큼 기존 배상 한도 상한인 10억원에서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 사이에서 배상 한도를 2배 가까이 올리고 있다”며 “하지만 자동차보험료가 인상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을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전기차 위험 담보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선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7. 하이브리드도 똑같이 위험할까? X
풀충전 어렵고 배터리 크기 작아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차는 화재 위험이 덜할까’ 논의도 뜨겁다. 하이브리드 수요가 높긴 하지만, 최근 불신감이 고조되고 있는 배터리는 하이브리드차에도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충전기를 꽂아 사용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화재 위험 역시 똑같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이브리드가 전기차보다는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 중론이다. 두 가지 관점에서 그렇다. 첫째, 배터리 과충전 사고 위험이 덜하다. 둘째, 화재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

전기차 화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은 건 ‘배터리 과충전’이다. 국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완전 하이브리드차(HEV)’는 배터리 화재 위험을 높이는 이른바 ‘풀충전’이 시스템상 불가능하다. HEV는 외부 충전이 아닌 자가 충전 형태다. 내연기관 주행이나 제동에서 얻은 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이때 배터리는 완전 충전 상태가 아닌 50% 내외 중간 비율로 유지된다. PHEV는 외부 충전이라는 점에서 전기차와 같다. 다만 과충전을 야기할 수 있는 급속 충전을 지원하지 않는다.

또 하이브리드차는 화재 사고가 나더라도 예상 피해 규모가 전기차보다는 적다. 먼저 배터리 크기와 용량이 전기차에 비해 작다. 전기 모터가 내연기관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통상 순수 전기차 배터리 용량은 100㎾h 내외, 반면 HEV는 1~2㎾h 정도다. 크기가 작다 보니 충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충격도 상대적으로 더 잘 버틴다. 차량 바닥 전면에 배터리팩이 설치된 순수 전기차와 달리 HEV는 배터리가 보통 트렁크 쪽에 있어 여러 방향 충격 시 손상 가능성이 적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하이브리드차는 시스템상 배터리를 완전 충전 상태가 아닌 중간 비율로만 유지해 과충전되지 않는다”며 “충돌 사고에서도 배터리 용량이 적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해도 전기차보다는 피해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PHEV는 다른 하이브리드 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PHEV는 여타 하이브리드보다 배터리 용량이 수십 배 크다”며 “또 자동차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볍고 효율이 높은 NCM 배터리를 쓰는데, 화재에는 다소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명순영·나건웅·최창원·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3호 (2024.08.21~2024.08.27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