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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진화하는 드론들

nyd만물유심조 2024. 5. 5. 19:49


- 바이락타르, 현대전에서 드론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초기인 2022년 중순. 처음으로 전장에 데뷔한 드론은 튀르키예산 '바이락타르'였다. 길이 6m, 최대 이륙중량 700㎏인 바이락타르는 한 번에 300㎞를 이동하고 150㎏의 무게를 든 채 이륙할 수 있다. 탱크를 격파할 만한 작은 미사일 2~3개를 수납하기엔 충분한 힘이다.

당시 바이락타르는 러시아 기갑 병력에 확연히 열세였던 우크라이나군의 귀중한 자산이었다. 작지만 민첩하고, 저렴하기까지 해 적 전차나 장갑차, 대공포를 곧잘 잡아냈다. 일부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바이락타르를 주제로 한 군가(軍歌)를 만들어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바이락타르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저렴하다는 장점만은 확실하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전투기와 대공 미사일이 하늘에 뜨기만 하면 금방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사실 바이락타르가 활약했던 기간은 러시아군 내부의 문제로 전투기와 미사일이 원활히 운용되지 않았던 시기이다. 러시아 미사일이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하자, 바이락타르도 점점 자취를 감췄다.

- 드론에 폭약 붙여 탱크 멈춘다…'FPV 드론'의 시대
이후 양국은 '정찰용 드론'으로 시선을 옮긴다. 정확히는 1인칭 시점(First Person View·FPV) 드론, 즉 카메라 달린 작은 쿼드콥터이다. 한국에서도 누구나 구매해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한 드론이다. 이 드론은 바이락타르처럼 수백㎞를 날거나 폭탄 여러 발을 떨어뜨리진 못하지만, 현장에 있는 병사들의 귀중한 '눈'이 됐다.

FPV 드론은 금세 모든 보병 분대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등에는 드론으로 촬영한 전장 상황이 수두룩하게 공유되는데 해당 영상 모두 양군의 FPV 드론이 포착한 장면들이다.

심지어 이 드론들은 바이락타르가 남기고 간 빈자리도 채우기 시작한다. 드론에 3~4㎏짜리 작은 폭탄을 달아 적 장갑차, 탱크 위에서 수직 낙하하는 방식이다. 현대 전차는 수십톤짜리 무쇠 차량이지만,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폭탄은 여전히 내부 탑승자들에게는 매우 위협적이다. 설령 별다른 피해를 못 줬다고 해도 폭탄이 전차의 무한궤도를 끊어내기만 해도 탱크는 그대로 멈춘다.

- 전자전과 전자전 방어…끝없는 술래잡기
그러나 FPV 드론의 진격도 최근엔 효과성이 떨어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배치한 전자전 장비 때문입니다. 전자전 장비는 레이다(RADAR)나 통신용 라디오 주파수를 향해 교란용 전자파를 발사, 전자장비의 성능을 떨어뜨리거나 잠시 마비시키는 장비이다. 대형 전자전 장비는 작은 민간 드론의 통신 장비쯤은 무더기로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과 서방의 협력자들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를 도와 전쟁용 드론을 만들고 있는 영국의 '이볼브 다이내믹스(Evolve Dynamics)'라는 스타트업은 전자전 장비의 전자 교란파를 회피할 수 있는 새 라디오 장비를 만들었다.

전자전과 전자전 방어는 일종의 술래잡기이다. 공격자가 라디오나 레이다를 무력화할 장비를 만들면, 방어자는 라디오 소프트웨어를 튜닝해 적의 교란을 회피한다. 사실 지난 수개월 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의 라디오 주파수를 뒤쫓으며 85차례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거쳐왔다고 한다.

- 지난 2년간의 진화, 그리고 2년 후의 진화
드론전은 전쟁에 '테크'가 개입한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동안 전쟁에 쓰이는 장비는 수년의 개발 기간, 수년의 엄격한 테스트와 현장 검증을 거쳐 투입됐다. 그만큼 교체 주기가 느리다는 것이다.

하지만 드론은 너무 쉽게 무력화되고, 동시에 너무 거대한 파급력을 미친다. 소스코드 몇 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약점을 없애거나 새 취약점을 드러낼 수 있다. 일반적인 전쟁보다는 마치 해커들의 지략 싸움을 연상케 하는 면이 있다.

더불어 실제 테크 자본도 서서히 군사 장비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방산업계와 실리콘밸리의 후원을 받으며 탄생한 '디펜스 테크' 스타트업 '안두릴'은 스스로 이륙과 착륙을 반복하며 위협 물체를 자동으로 쏴 떨어뜨리는 신개념 드론을 만들어냈다. 영국·독일의 합작 스타트업인 '헬싱(Helsing)'은 국방용 인공지능(AI) 개발에 특화됐다.

테크 산업의 특징은 빠른 업데이트 주기, 이로 인한 치열한 경쟁과 혁신의 반복이다. 전쟁 무기에 테크의 공식이 도입되면서 지금의 드론은 2년 전 처음 데뷔할 때와 전혀 다른 물건이 됐다. 그렇다면, 앞으로 2년 뒤에는 또 어떻게 될까. 일부 학자들과 인권 단체에서 윤리적 문제를 경고하는 '킬러 로봇' 개념의 등장까지는 얼마나 남았을까.
(자료:아시아경제 2024.5.5 임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