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d만물유심조 2024. 3. 19. 21:51


춘분(春分)은 24절기의 네 번째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때다. 이날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 곧 황도(黃道)와 적도(赤道)가 교차하는 점인 춘분점(春分點)에 이르렀을 때, 태양의 중심이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어 양(陽)이 정동(正東)에 음(陰)이 정서(正西)에 있으므로 춘분이라 한다. 이날은 음양이 서로 반인만큼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춘분과 추분은 낮의 길이가 더 길다. 그 이유는 태양은 천구상에서 다른 별들과 달리 점광원(크기와 형태가 없이 하나의 점으로 보이는 광원)이 아니기 때문에 일출과 일몰 시 태양의 고도는 0도가 아니고 -0.8도 가량 된다. 태양의 고도가 0도인 경우 태양이 반쯤 걸쳐져 있는 상태가 되며 따라서 이에 따른 오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즈음 꽃샘추위와 관련하여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이월(음력) 바람에 검은 쇠뿔이 오그라진다”, “정이월에 대독 터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춘분을 전후하여 농가에서는 봄보리를 갈며 감자도 심고 춘경(春耕)을 하며 담도 고치고 들나물을 캐어먹는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1년 중 농사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때이나 갑자기 기온이 급격히 오르고 내린다. 땅이 풀리면서 농부들의 손길도 분주해 지는데 논밭에 뿌릴 씨앗의 종자를 골라 파종 준비를 서두르고, 천수답(天水畓)에서는 귀한 물을 받기 위해 물꼬를 손질한다. ‘천하 사람들이 모두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라는 옛사람들의 말은 이 음력 2월을 이르는 말로, 바로 춘분을 전후한 시기를 가리킨다. 즉 이 때에 비로소 한 해의 농사가 본격 시작되는 것이다. 어촌에서는 기후 변화가 심해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고, 나가더라도 멀리까지는 가지 않는다.

춘분 풍습으로는 제사(사한제)지내기가 있다.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쭉 이어져 왔던 풍습이다. 얼음이 매우 귀했던 과거에는 얼음을 잘 보관하기 위해서 입춘과 춘분에 제사(사한제)를 지냈다. 사한단에서 추위와 북방의 신인 현명씨에게 지내는 제사라고 하여 이를 '사한제'라고 한다. 춘분에 얼음을 보관하는 창고인 '빙고'에 서 얼음을 꺼내는 개빙제(開氷祭)이다.

나이떡(머슴떡) 먹기는 동국세시기에 기록에 춘분에는 정월 대보름에 세워두었던 볏가릿대를 다시 내린 후, 그 속에 담아두었던 곡식을 이용해 송편과 비슷한 모양의 '나이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춘분에 마을의 머슴을 모아 일 년 농사가 잘되길 기원하며 떡을 함께 나누어 먹은 데에서 '머슴떡'이라고 했다.

예전엔 이날 날씨를 보아 그 해 농사의 풍흉과 수한(水旱)을 점치기도 하였는데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권15 증보사시찬요(增補四時纂要)에 의하면,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다고 하고, 이날은 어두워 해가 보이지 않는 것이 좋으며, 해가 뜰 때 정동쪽에 푸른 구름 기운이 있으면 보리에 적당하여 보리 풍년이 들고, 만약 청명하고 구름이 없으면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열병이 많다고 했다. 이날 운기(雲氣)를 보아, 청(靑)이면 충해(蟲害), 적(赤)이면 가뭄, 흑(黑)이면 수해, 황(黃)이면 풍년이 된다고 점쳤다. 또 이날 동풍이 불면 보리값이 내리고 보리 풍년이 들며, 서풍이 불면 보리가 귀하며, 남풍이 불면 오월 전에는 물이 많고 오월 뒤에는 가물며, 북풍이 불면 쌀이 귀하다고 하였다.

불교에서는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피안(彼岸)'이라 하여 극락왕생의 시기로 본다. 이는 현재의 세상 즉 사바세계에서 멀리 떨어져 저쪽에 있는 깨달음의 세계를 말하며,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이르는 열반의 세계를 일컫기도 한다. 그러므로 '봄의 피안'이라고 하면 봄에 그런 경지가 되도록 수행하는 시기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런 연유로 불가에서는 봄이 되면 수행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