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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驚蟄)

nyd만물유심조 2024. 3. 3. 20:01

경칩(驚蟄)은 24절기 중에서 세 번째 절기이다(2024.3.5). 만물이 약동하고 새로운 생명이 생기며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땅 속에서 깨어난다는 뜻으로 점차 날씨가 따뜻해서 초목의 싹이 돋기 시작한다.

음력으로는 이월절(二月節)이며 본래는 계칩(啓蟄)이라고 했으나 한경제(漢景帝 중국 前漢의 6대 황제. 휘는 계(啓))의 이름을 피휘하기 위해 변경되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 경칩으로 정착된 것이다. 한자 문화권인 일본에서는 그대로 계칩(게이치츠)이라고 한다.

날씨가 따뜻해 지면서 땅 속에 겨울잠을 자던 곤충, 거북이, 개구리 등 동물들이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무렵이 된다. 그러나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녹고 한파가 사라진 시점인 것은 맞지만 꽃샘추위가 찾아와 쌀쌀한 날씨를 보이기 때문에 간혹  꽃샘추위의 경우 영하로 기온이 급강하하며 갑자기 추워져서 기온 차이가 심해지기 때문에 이 시기에 체감상 느껴지는 추위가 더 세다.

경칩에는 농기구를 손질하고 농작물 파종 준비를 행하였다. 또한 속신의 하나로 보리 싹의 형태를 보고 그해의 풍흉을 점치기도 하였다. "성종실록"에 보면 우수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했는데 우수와 경칩은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때다.

경칩 무렵 양지에서는 쑥이 자라기 시작하므로 이때쯤이면 들판에서 쑥을 캐 쑥밥, 쑥국, 쑥지짐, 쑥인절미, 쑥버무리, 쑥개떡를 해먹었다. 궁궐에서는 수라상에 쇠고기에 데친 쑥을 다져 넣고 완자를 빚어 장국에 끓인 '애탕국'이 올라가기도 했다.

또한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즙을 마시면 위병이나 성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약으로 먹기도 했다. 한편, 젊은 남녀들이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써 은행씨앗을 선물로 주고 받았다고도 한다.

이날에는 흙을 만지면 탈이 없으며 그 흙을 담벽에 바르거나 담벽을 쌓아 집을 단장하며 빈대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집의 외벽에 흙을 일부러 덧바르기도 했다. 보리의 새싹의 성장을 보고 농사의 해를 예측했으며 경칩 이후에는 봄의 따뜻한 기온에 깨어나온 동식물들이 죽지 않도록 임금이 백성들한테 불을 놓는 걸 금지했다.

경칩에는 중앙과 지방의 무관을 중심으로 독제(纛祭)를 지냈으며, 경칩 이후 해일(亥日)에는 선농제(先農祭)를 지냈다. 독제는 서운관(書雲觀)에서 봄에는 경칩에, 그리고 가을에는 상강에 지내게 하였다. 독제는 군과 관련된 일을 관장하는 무(武)의 신을 위한 제사이다. 이를 위해 독소(纛所)에 기독묘(旗纛廟)라 불리는 사당을 세우고 제를 지냈다. 선농제는 인간에게 처음으로 농사를 가르쳐준 신농씨(神農氏)와 후직씨(后稷氏)에게 한 해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올리는 제사이며, 동대문 밖에 위치한 선농단(先農壇)에서 행해졌다.

--- 경칩 글자에 얽힌 이야기.
경칩은 한자로 놀랄 경(驚), 숨을 칩(蟄)이다. 驚(경)은 敬(공경할 경)과 馬(말 마)로 나뉜다. 우선 경에서 敬의 일부인 苟(진실로 구)에 대해선 크게 두 가지 해석이 있다.
첫 번째는 艹(풀 초)와 勹, 口(입 구)로 나누어,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사람(勹)이 머리에 풀잎(艹)으로 치장을 하고 무언가를 말하는 모습(口)을 나타낸다는 해석이다.
두 번째로, 苟의 艹가 羊(양 양)을 간단하게 쓴 것으로, 머리에 양이 그려진 사람이 꿇어앉아 있는 모습을 나타낸 글자라는 해석이 있다. 羊은 양을 신(토템)으로 모시던 부족의 사람을 뜻한다. 그 부족의 사람을 포로로 잡아와 꿇어앉히고 몽둥이(攵)로 강제로 굴복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누군가를 굴복시켜 공경하게 만든다는 뜻의 글자에 馬(말 마)를 더해 ‘놀라다’는 글자를 만들었다. 하필 말이 들어간 이유는, 말이 겁이 많아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기 때문이다.

蟄(숨을 칩)은 執(잡을 집)과 虫(벌레 충의 옛 글자)을 합했다. 執은 수갑을 차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본뜬 글자다. 執(집)에서 ‘칩’이라는 음을 가져왔다. 여기에 수갑을 차고 있어 움직일 수 없다는 의미도 보태고 있다. 虫은 요즘으로 치면 벌레지만, 옛 사람들은 기어 다니는 것을 모두 虫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蟄은 겨울잠을 자느라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벌레를 뜻한다. 이것이 나중에 ‘숨는다’는 뜻으로 확장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