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雨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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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雨水)는 24절기의 두번째 절기로 빗물이라는 뜻으로 겨울철 추위가 풀려가고 눈, 얼음, 서리가 녹아 빗물이 되고 한파와 냉기가 점차 사라지며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절기라고 하겠다. 입춘 15일 후인 매년 2월 19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가끔 2월 18일도 있으며 과거에는 2월 20일도 있었다.
우수 어간에는 중부 이북 지역에서도 낮이 길어지고 일조량이 늘어나서 적당한 햇빛과 온도와 수분이 주어지자마자 그 미세한 변화를 알아채고 죽은 듯한 땅에서 온갖 생명들이 소생하기 시작한다. 해는 따뜻한 볕으로 겨울의 황량한 들판을 생명의 땅으로 바꾸어 놓는 요술 같은 힘을 발휘한다. 흔히 양력 3월에 꽃샘추위라 하여 매서운 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는데 이 꽃샘추위를 한자말로는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떤다는 뜻을 담은 말로 화투연(花妬姸)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수 무렵이면 날씨가 많이 풀리면서 봄기운이 돋고 초목이 싹트기 시작한다.
농경사회에서는 농사일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때이기 때문에 옛 농민들은 새해 농사 계획을 세우고 한해 농사에 쓸 좋은 씨앗을 고른 다음, 먼저 논밭둑을 태워 다음 농사를 위한 거름으로 사용했다.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가를 보면 우수 즈음에 농부들은 논둑과 밭두렁을 태워 풀숲에서 겨울을 지낸 해충을 없애는 풍습이 있었다고 전한다.
또한 우수 절기에는 장담그기, 나무시집보내기 등의 풍속도 전해진다. 장은 음력 정월 장을 최고로 치므로 이때 장을 담그면 40일 뒤인 4월 청명과 곡우 사이에 장이 발효하기 좋은 날씨가 되어 장이 맛있게 잘 익는 것이다. 그외에도 쥐불놀이, 달집태우기와 보리밟기 등 풍속을 즐겼는데 달집태우기는 달집이 훨훨 타야 마을이 평안하고 풍년이 든다고 한다. 보리밟기는 서릿발에 뜬 보리 뿌리를 살짝 밟아 통풍을 차단해 뿌리가 마르거나 썩는 것을 방지하는 농사일에서 비롯된 풍습이다.
우수 무렵이 되면 수달은 그동안 얼었던 강이 풀림과 동시에 물위로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아 먹이를 마련하고 원래 추운 지방의 새인 기러기는 봄기운을 피하여 다시 추운 북쪽으로 날아간다. 또 동물들도 더러 동면에서 깨어나기 시작하고, 남녘에서는 동백꽃, 매화, 납매화, 유채꽃, 보춘화, 수선화, 눈꽃풀(snowdrop)이 피기도 하는 등 봄과 그에 따른 소생의 기운이 온 산천에 가득해져 간다.
우수 어간의 음식으로는 신맛이 들기 시작하는 김치를 김치만두, 김치볶음밥, 김치전으로 부쳐 먹기도 하며, 겨울을 이겨내며 올라오는 냉이, 달래, 봄동나물을 무쳐 먹으며 봄맞이를 준비하였다. 예전엔 이렇게 날씨가 누그러지는 시기에는 '오신채'라는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오신채는 불교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5가지 매운맛이 나는 채소라고 불리는데 먹는 지역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 이 다섯 가지 채소이다. 이 오신채는 불교에서 금지하는 다섯 가지 채소이기도 한데 맵고 향이 강하기 때문에 수행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우수와 관련된 속담으로 “우수 뒤에 얼음같이” 라는 속담은 우수가 지나면 얼음은 이미 녹아 없어졌거나, 슬슬 녹아 없어지고 있는 상태라는 말로 우수가 지나면 날씨가 많이 따뜻해 졌음을 알 수 있는 속담이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라는 것은 우수 경칩이 오면 추운 북쪽의 대동강도 풀려 봄기운이 완연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