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유두(流頭)

nyd만물유심조 2023. 7. 30. 09:21


유두(流頭)는 음력 6월 15일(보름날)을 말한다. 유두는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의 약자로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한다는 뜻이다. 동류수를 선택하는 까닭은 동쪽이 청(靑)을 상징하며, 양기가 왕성한 방향이기 때문에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유두는 물과 관련이 깊은 명절의 하나로 소두(梳頭), 수두(水頭)라고도 한다. 수두란 물마리(마리는 머리의 옛말)로서 '물맞이'라는 뜻이다. 오늘날에도 신라의 옛 땅인 경상도 지방에서는 유두를 '물맞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머리를 감는 것과 물머리라는 의미는 모두 물과 관계가 깊은 유두날 행사를 떠올리게 한다. 물은 부정을 씻어내고 마음을 정화하는 기운을 갖고 있다. 머리를 감고 산 위에 올라가 바람으로 머리를 말리는 것을 즐풍(櫛風)이라고 하며 또 남자들이 햇볕 좋은 날 산에 올라 바람으로 하체를 말리는 것을 거풍(擧風)이라 한다.

유둣날 선조들은 맑은 시내나 산간 폭포에 일가친지들과 모여 몸을 씻고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하루를 보냈다. 이를 유두잔치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여름에 질병에 걸리지 않고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여겼다. 즉, 유두날은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한 후 햇과일과 곡식을 천신하는 것이다. 이를 유두천신(流頭薦新)이라 하여 명절음식과 함께 피, 조, 콩, 벼 등 새로운 곡식과 참외와 수박 같은 햇과일을 놓고 한 해 농사를 잘 되게 해달라고 사당에 제사를 지낸다. 천신이 끝난 후 유두면, 수단, 건단, 상화병 등의 유두음식을 가족이 나누어 먹는다. 이렇게 집안에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 후 논과 밭에도 제사를 올리는데 팥시루떡이나 팥죽, 지역에 따라 부침개 등을 논과 밭의 가장자리에 놓거나 묻기도 한다. 이는 풍농을 기원하는 농신제로 유두제라고도 한다.

유두의 시절 음식으로는 밀전병, 밀국수, 시루떡, 호박전 등이 있으며 유두음식 중 유두면은 유두국이라고 하는데 밀가루로 구슬 모양을 만들어 오색으로 물들이고 세 개씩 포개어 색실로 꿴 후 몸에 차면 재액을 막는다는 벽사의 의미를 지닌다. 수단은 멥쌀가루를 쪄서 구슬 모양으로 만든 후 꿀물에 넣고 얼음을 채워 먹으며, 건단은 물에 넣지 않은 것을 말한다. 상화병은 밀가루를 술로 반죽하여 발효시킨 다음 거피팥소를 넣고 쪄서 만든 음식이다.

유두절에 조선시대 때 부녀자들 사이에 유행한 가사를 보자.
“유월이라 유두일에…홍로유금(紅爐流金, 화로에 금이 녹을 정도로 덥다) 되었으니 나체노발(裸體露髮, 나체 상태로 머리카락을 풂) 못견디네…어와 벗님네야 빈천을 한치마라. 이렇듯 노닐 적에 슬프다 우리 부모 유두절을 모르시나…”

유두의 풍속은 신라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는데, 고려 희종 때의 학자 김극기(金克己)의 '김거사집'에 "동도(東都 : 경주)의 풍속에 6월 15일 동류수(東流水)에 머리를 감아 액을 떨어버리고, 술마시고 놀면서 유두잔치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에 대한 기록은 '중경지' 권2 풍속 조에도 보인다.

'고려사' 명종 15년 조에는 6월 병인(丙寅)에 시어사(侍御史) 두 사람이 환관 최동수(崔東秀)와 더불어 광진사(廣眞寺)에 모여 유두음(流頭飮)을 마련하였는데, 나라 풍속은 이 달 15일 동류수에 머리를 감아 상서롭지 아니함을 없애며 이 회음(會飮)을 유두음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기록하였다.

- 지역에서의 유두날 모습
이날 조상뿐만 아니라 논과 밭에서 용신제(龍神祭) 또는 밭제를 지낸다. 이는 풍농을 위한 농신제로서 유두에 지낸다고 하여 유두제라고도 한다. 고사 때에는 제물로 으레 팥시루떡을 찌지만, 밭제를 지낼 때에는 밭작물의 수확을 기념하며 각별히 팥죽을 쑤는 집안도 있다.

전북에서는 찰떡을 논둑 밑이나 물꼬에 한 덩이씩 놓고 물이 새지 않고 농사가 잘 되기를 농신(農神)에게 빈다. 찰떡 대신 밀떡이나 송편을 해서 고사를 지내기도 한다. 이 떡들을 논둑에 두거나 혹은 나무에 떡을 꽂았다가 논둑에 둔다. 고사를 마치면 동네 아이들이 급히 떡을 먹는데, 이 떡을 유두알이라고 한다.

경북 지역에서는 농신제를 용제[龍祭, 용왕제]라 일컫는다. 용제 때에는 차노치(찹쌀노티)를 굽고 시루떡을 기름에 부치며, 호박전과 같이 전 종류의 음식을 차린다. 용제의 제물에는 기름이 들어가야 좋다고 여기는데, 이것은 기름냄새가 해충을 쫓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 지역에서는 유두날 아침에 국수를 수박 밭고랑에 뿌린다. 이는 수박줄기가 국수처럼 쭉쭉 뻗어 나가라는 의미이다. 또 수제비를 참외밭에 뿌려 둔다. 이 역시 수제비 같은 참외가 주렁주렁 열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게 고사를 지낸 뒤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안동 송천동의 경우 부부가 함께 논에 가서 논머리에 차노치, 시루떡, 호박전 같은 제물을 차려놓은 뒤 부인이 “논에 나락을 심어 놓았으니 올 농사도 잘되게 해주세요.”라고 용왕님에게 빈다. 이렇게 치성을 드린 뒤 대주(大主)가 제물을 조금씩 떼어 논에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