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伏,中伏,末伏의 三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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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의 복(伏 엎드릴 복) 자는 개 옆에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해석해 보면, 첫째 사람이 더위에 지쳐 엎드릴 정도로 더운 날, 둘째로 사람(人)이 개(犬)를 잡아먹는 모양의 개를 먹는 날, 세번째로 일어나고자 하는 음기가 양기에 눌려 있는 날로, 여름은 불(火)에 속하고, 가을은 쇠(金)에 속하는데 가을철에 금(金)의 기운이 대지로 내려오다가 여름철의 더위가 너무 강렬해 일어나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한다는 뜻으로 여름날 더운 기운이 가을의 서늘한 기운을 세 번 굴복시켰다고 하여 삼복이라고 한다.
2023년은 초복 7월11일, 중복 7월21일, 말복은 8월10일이다.(2024.7.15, 7.25, 8.14)
삼복은 보통 10일 간격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말복은 때에 따라 20일 만에 오기도 한다. 말복은 입추 뒤에 오기 때문에 하지와 입추 사이 간격이 긴 해가 20일이 된다. 말복이 그 달의 달을 넘기지 않고 들어 있으면 매복(每伏)이라고 하고 달을 넘기고 말복이 오면 월복(越伏)이라 한다.
언제나 복날의 경우 열기가 폭염이 내리쬐는 기간 중에서도 더위가 심히 강하기 때문에 활동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농번기인 만큼 아무리 일 나가기 힘들어도 일은 해야 했고, 재해를 당할 염려도 있어 야간작업도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체력보충을 위해 고칼로리 영양식을 섭취했는데, 주로 선호된 것이 고기 요리, 그것도 수분 보충용으로 물기가 있고 열기를 돋게 하는 부재료를 이용한 국물 고기 요리를 주로 섭취했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복날만 되면 전혀 다른 장르의 식당들도 그날만큼은 복날 음식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도 장마를 지나고 습도가 높아 AI, 구제역 바이러스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절기이며 고온 다습해서 음식물 부패가 빨리 일어나는 시기라 고기류, 삼계탕을 가장 많이 먹게 되었다. 복날에 대표적으로 먹는 것은 삼계탕이며, 이외에 보신탕, 육개장, 민어, 장어, 추어탕, 설렁탕, 용봉탕, 전복죽, 흑염소 등의 각종 보양식을 먹는다. 또한 팥죽을 먹기도 하는데 귀신을 물리치고 더위를 물리친다는 의미를 가진다. 전통적으로 먹던 복날 보양식은 대부분 이열치열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복날에는 벼가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고 한다. 벼는 줄기마다 마디가 셋 있는데 복날마다 하나씩 생기며, 이것이 벼의 나이를 나타낸다고 한다. 또한 벼는 이렇게 마디가 셋이 되어야만 비로소 이삭이 패게 된다고 한다.
한편 ‘복날에 비가 오면 청산(靑山) 보은(報恩)의 큰애기가 운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충청북도 청산과 보은이 우리나라에서는 대추가 많이 생산되는 지방인 데서 유래한 속설이다. 대추나무는 복날마다 꽃이 핀다고 하는데, 복날에는 날씨가 맑아야 대추열매가 잘 열리게 된다. 그런데 이날 비가 오면 대추열매가 열리기 어렵고, 결국 대추농사는 흉년이 들게 된다. 따라서, 대추농사를 많이 하는 이 지방에서는 혼인비용과 생계에 있어서 차질이 생기기에 이를 풍자해서 만든 말이라고 하겠다.
이밖에 '약수에 머리를 감으면 풍이 없어지고 부스럼이 낫는다', '복날에 아무리 더러워도 시내나 강에서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 등의 속설도 존재하고, '삼복지간(三伏之間)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무더위로 몸의 기운이 약해져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게 느껴진다는 뜻의 설도 있다.
• 복날 계산은 ① 초복:삼복 가운데 첫번째로 드는 복날로 하지로 부터 세번째 경일(庚日)이다.
② 중복:삼복 가운데 중간에 드는 복날로 하지로 부터 네번째 경일이다.
③ 말복:삼복 가운데 마지막에 드는 복날로 입추 후 첫번째 경일을 말한다.
2023년 초복은 하지로부터 세번째 경일이다. 2023년 하지는 6월 21일이었고 첫째경일이었으니 하지로부터 세번째 경일은 7월 11일이 된다. 중복은 하지로부터 네번째 경일이니까 7월 21일이 된다. 말복은 立秋 후 첫번째 경일이다. 입추는 8월 8일이며 '무'일이니까 다음 기, 그다음 경, 그래서 말복은 8월 10일이 된다.
천간(天干: 십간) 중 경일을 복날로 삼은 까닭은, 경(庚)은 속성상 약하고 오행으로 볼 때 금(金)이며, 계절로는 가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금은 사계절 중 가을이기 때문에 금의 기운이 내장되어 있는 경일을 복날로 정해 더위를 극복하라는 뜻이다.
[천간 -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
[지지(地支) -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
1800년대 유만공(柳晩恭)은 복날의 풍경을 이렇게 읊었다.
“참외 쟁반에다가 맑은 얼음을 수정같이 쪼개 놓으니, 냉연한 한 기운이 삼복을 제어한다. 푸줏간에는 염소와 양 잡는 것을 보지 못하겠고, 집집마다 죄 없는, 뛰는 개만 삶아 먹는다.”
복날 개고기를 먹는 것은 더위를 이기고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끊인 것이 개장(狗醬)이다. 닭이나 죽순을 넣으면 더욱 좋다. 또 개장국에 고춧가루를 타고 밥을 말아먹으면서 땀을 흘리면 기가 허한 것을 보강할 수 있다. 생각건대 『사기(史記)』 진덕공 2년(기원전 676)에 비로소 삼복 제사를 지냈는데, 성안 대문에서 개를 잡아 해충의 피해를 막은 것으로 보아 개를 잡는 것이 복날의 옛 행사요, 지금 풍속에도 개장이 삼복 중의 가장 좋은 음식이 된 것이다.”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