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가족끼리 왜 이래" 당신의 가족은 안녕하신가요?

nyd만물유심조 2023. 1. 24. 21:12



설날이나 명절에 생각나는 오늘날 가족의 위기를 생생하게 파헤친 흥미로운 보고서, 박민제의 '가족끼리 왜 이래'(2018)를 소개한다.

법원 판결문 900여건을 바탕으로 한 보고서다. 소송은 말 그대로 마지막 수단이다. 유류분·유언장·부양료를 둘러싼 소송은 혈연의 해체를 가져오고, 부정·사실혼을 둘러싼 소송은 부부의 해체를 불러온다. 다양한 소송 사례를 살펴보면, '가족끼리 왜 이래'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동시에, 그것이 남의 가족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절로 든다.

유류분(遺留分)이란 법정상속분의 절반을 가리키는 법률 용어다.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 법정상속분의 절반만큼도 재산을 물려받지 못했다면, 소송을 통해 다른 공동상속인에게서 유류분만큼을 되찾아올 수 있다. 이 법률 조항은 전통 농경사회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부모의 재산 형성 과정에 자녀들도 어느 정도 기여했다. 또한 일부 자녀에게만 재산을 몰아줘서 나머지 자녀들의 생계가 곤란해지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 이 조항의 취지다.

막상 소송에 들어가면 좀 더 많은 몫을 챙기기 위해 "그동안 누가 부모를 모셨느냐" "학비, 사업자금 등으로 이미 특혜를 보지 않았느냐" 등등의 시시콜콜한 가정사가 법정에서 까발려진다. 그러나 법원은 유류분을 거의 대부분 인정한다. 특히 요즘에는 치매나 뇌질환 등으로 의식이 흐려진 부모의 판단이나 유언의 진위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소송을 겪은 가족은 대부분 원수보다 못한 사이가 되고 만다.

갈등은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에서 잉태된다. 재산을 물려주려는 70~80대는 여전히 맏아들 선호 관념이 강하다. 반면 재산을 물려받는 50~60대나 그동안 차별받았던 딸들의 권리의식은 크게 변했다. 더구나 오늘날 부모 세대의 상속 재산은 그 어느 시대보다 자녀들에게 절실한 것이 되었다. 이로 인해 유류분 조항이 가족 간의 화약고가 되고 있는 가운데, 시대 변화를 반영하여 이 조항을 개정하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 재산을 아무개에게 물려준다"라고 유언장을 써도 유류분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런 유언장은 오히려 분란의 씨앗이 된다. 나아가 유언 문화 자체가 우리에게 아직도 낯설다. 유언에는 여러 방식이 있지만, 그래도 자필유언장이 대표적이다. 거기에는 반드시 전문, 작성일, 주소, 이름, 도장(지장)이 있어야 한다. 그중 하나만 빠져도 무효다. 심지어 작성 연월만 적고 날짜를 안 적거나, 주소를 적고 번지수를 빠뜨려서 무효가 되는 경우도 있다.

가족 소송의 끝판왕이자, 세상에서 가장 서글픈 재판이 바로 부양료 소송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오랫동안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았던 부모 자식 간 양육과 부양의 선순환적 교환 관행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부양료를 달라거나, 자식이 부모를 상대로 부양료를 되돌려 달라는 소송이 늘고 있다. 특히 우리 법원은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고 방치했더라도 자식에게 다소간 부양료를 부과하고 있다.

여러 자녀 중 한 사람이 부모의 병 수발 등을 할 경우, 다른 자녀들을 상대로 부양료를 분담하게 해달라는 소송도 있다. 아예 연을 끊고 사는 자식의 소득으로 인해 복지 혜택을 못 받는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부양료를 청구하는 소송도 있다. 또한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준 재산이나 돈을 되돌려받으려는 소송도 대부분 부양 갈등이 그 배경이다. 이 경우 부모의 주장은 대부분 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회자되는 것이 '불효자 방지법'이다.

이처럼 부양을 둘러싼 소송은 부양료 소송부터 물려준 재산을 토해내라는 불효자 관련 소송까지 다양하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무엇보다 부모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자녀를 양육하고 도와주더라도 자신의 여력 한도를 고려해야 한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자녀와 부모를 모두 불행에 빠뜨릴 수 있다. 자녀는 부모 재산에 헛된 욕심을 품지 않고 자립하고, 부모도 자신의 노후는 스스로 책임지려는 자세가 절실하다.

이제 간통 자체는 더 이상 형법상의 죄가 아니다. 간통죄 폐지로 부정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되면서, 이혼을 결심한 배우자들이 민사적 제재 수단인 손해배상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법원은 손해배상이나 위자료를 그리 크게 인정하지 않는다. 1000만원대가 절반일 정도다. 또한 법과 세태의 변화에 따라 불륜 현장보다 휴대폰, 블랙박스, 카드사용 내역, 소셜미디어(SNS) 게시물 등이 부정의 입증 자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이혼을 둘러싸고 유책주의와 파탄주의가 맞서고 있다. 유책주의는 결혼 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신청할 수 없다는 논리다. 반면 파탄주의는 어차피 결혼의 지속이 어려우면 헤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우리 법원은 아직은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재판과정에서 상대의 책임을 물고 늘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자녀 양육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된다. 그래서 파탄주의를 채택하자는 목소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사실혼도 미묘한 뇌관이다. 그것은 결혼도 아니고 비혼도 아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채 같이 사는 것이다. 사실혼이 부당하게 파기될 때 사실혼 부당해소에 따른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사실혼을 인정받으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동거 여부, 가족과 주변의 인지 여부, 결혼식 거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보게 된다. 실제로 사실혼 자체를 아예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직은 "떠밀려 결혼해서" "미덥지 못해서" "상속 갈등이 우려돼서" 등이 사실혼의 주된 이유다. 그러나 요즘 젊은 층에서는 사실혼 형태의 결합 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서구에서는 이런 형태의 결합이 이미 사회계약 혼인이라는 이름으로 법률혼과 동등하게 법적 보장을 받고 있다. 우리 사회도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오늘날 가족 내의 서열이나 권위는 깨졌고, 돈과 재산에 대한 열망은 여과 없이 분출된다. 또한 사람들은 다양한 삶을 추구한다. 그럼에도 법은 시대 변화에 한참 뒤처져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가족과 법정에서 원고·피고로 만날 위험이 역사상 가장 높은 시기를 살고 있다. 가족끼리 법정에서 서로 비난을 퍼붓는 일이 드라마 속의 이야기라고만 치부하기 어렵다. 실제로 그런 일이 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