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의 역사 시작, 그레고리력과 조선의 아침
그레고리력(Gregorian calendar)은 현재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양력(陽曆)으로, 1582년에 교황 그레고리오 13세가 율리우스력을 개정하여 이 역법을 시행했기 때문에 그레고리력이라고 부른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기원전 46년에 제정한 율리우스력은 4년마다 2월 29일을 추가하는 윤년을 두었는데, 율리우스력의 1년 길이는 365.25일이므로 천문학의 회귀년 365.2422일보다 0.0078일(11분 14초)이 길어서 128년마다 1일의 편차가 났다.
그레고리력은 율리우스력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역법으로, 1582년 10월 4일 교황 그레고리오 13세는 율리우스력의 400년에서 3일(세 번의 윤년)을 없애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그레고리력의 1년 길이는 365.2425일이므로, 천문학의 회귀년보다 0.0003일(26초)이 길고 약 3,300년마다 1일의 편차가 난다.
나중에 개정한 나라들
현재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그레고리력이 통용되고 있지만, 가톨릭 국가들이 그레고리력 제정 후 1년 만에 대부분 이 역법을 시행한 것에 비해, 종교적 이유 때문에 개신교 국가들은 18세기 전반까지, 정교회 국가들은 20세기 초까지도 기존의 율리우스력을 고수했다. 영국은 1752년 9월 2일 다음날을 9월 14일로, 러시아는 러시아 혁명 직후 1918년 1월 31일 다음날을 2월 14일로 하여 그레고리력을 채택하였다.
얼떨떨한 조선, 대한민국
한국에서는 1895년 음력 9월 9일에 조선 정부(을미개혁, 김홍집 내각)가 같은 해 음력 11월 17일을 1896년 1월 1일로 하고, 태양력 채택을 기념하여 건양(建陽)이라는 독자적 연호를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현재 대한민국도 그레고리력을 쓰고 있다.
1896년 1월 1일, 조선의 사람들은 얼떨떨한 새 아침을 맞았다. 어제는 동짓달 열엿새, 즉 음력 11월 16일이었다. 그러므로 오늘은 늘 그랬듯이 열이레인 11월 17일이 된다. 그런데 1월 1일이라 한다. 무슨 말인가.
양력이라 했다. 국제 기준에 맞추어 양력 사용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한다. 미국을 시작으로 서방 6개국과 수교가 완료된 지 10여 년, 이제 낯선 시간으로 들어서는 것이었다. 갑오와 을미년의 정신없는 난리를 거치고 예측불허의 병신년을 앞둔 이 땅의 사람들은 졸지에 서양 시간에 편입됨으로써 또 하나의 혼돈을 마주하게 되었다. 120년 전 이맘때였다.
일본도 그리된 지 20년이 넘는다고 한다. 중국도 언제 어찌될지 모른다. 이래저래 조선은 중국에서 멀어져 일본과 서양으로 다가가는 시절이었다. 중국에서 도입하여 기나긴 역사를 써온 음력의 역법(曆法)은 청일전쟁의 포화가 멎고 국모가 시해된 을미년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공식 폐기된 것이다.
이런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