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O형'인데 아기가 'AB형'? 가능하다
사람의 혈액형은 유전을 통해 자손에게 전달된다. 유전이란 부모에게 있는 형질이 생식과정을 통해 자손에게 전달되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유전형질에는 혈액형, 귓불 모양, 쌍꺼풀 등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혈액형 중 대표적인 혈액형은 A, B, AB, O형이다. 혈액형은 '유전자형'과 '표현형' 중에서 표현형이다. AB형이 나오는 것은 A형을 결정하는 유전자와 B형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고, 둘 다 O형보다는 우성이기 때문이다.
O형은 누구에게나 피를 줄 수 있지만, 받을 때는 O형 피만 받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처럼 아무 혈액이나 수혈 받지 못하는 이유는 원래 갖고 있던 혈액과 수혈한 혈액이 엉기기 때문이다. 혈액은 혈구와 혈청으로 분리되는데 혈구는 적혈구와 백혈구 같은 고체성분이고, 혈청은 맑은 노란색 액체이다.
혈구는 항원(응집원)으로, 혈청은 항체(응집소)로 작용해 둘이 성향이 맞으면 엉기는 것이다. A형 혈액의 적혈구에는 A라는 항원, B형 적혈구에는 B라는 항원이 있고, AB형 적혈구에는 A, B 항원이 모두 있으며, O형 적혈구에는 A,B 항원이 없다.
그리고 각 혈청에는 항체(응집소)가 있다. A형 혈청에는 anti-B응집소가 있어 B형 적혈구가 들어오면 엉긴다. B형 혈청에는 anti-A 응집소가 있어 A형 적혈구가 들어오면 엉긴다. O형 혈청에는 anti-A, anit-B 응집소가 모두 있어 A형 적혈구, B형 적혈구 모두 엉긴다. AB형 혈청에는 응집소가 없으니 엉기지 않는다.
A형이나 B형 환자에게 O형 혈액을 수혈해도 A형과 B형 적혈구와 만나 엉기지 않는 것은, 수혈하는 O형 혈청은 A형과 B형인 사람의 몸속에 있는 전체 혈액에 비하면 적은 양이어서 혈액에 섞여 희석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주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같은 혈액형을 수혈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A형이 나올 수 있는 유전자형은 AA, AO, B형이 나올 수 있는 유전자형은 BB, BO가 되고 O형은 OO, AB형은 AB일 경우이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O형 부모에게서는 AB형의 자녀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요즘 자녀의 혈액형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고 한다. 유전자 검사도 좋지만, O형 부모에게서도 AB형의 자녀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엉뚱한 오해로 인한 가정의 불화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부모가 모두 O형인데 자녀 중에 A형이나 B형이 있다면, 부모 중 한 사람이 '봄베이(Bombay) O형'이라고 봐야 한다. 이 혈액형이 처음 발견된 인도의 봄베이 지역을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봄베이 O형은 A형이나 B형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적혈구에는 A형이나 B형의 항원이 없는 혈액형이다. 그래서 어떤 응집소와도 엉기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유전자형은 A형이나 B형이어서 자식에게 A, B, AB형 유전자가 그대로 전달되지만 표현형이 O형이 되는 것이다.
봄베이 O형 외에도 희귀혈액형은 또 있다. Rh형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0.4% 정도라고 한다. Rh형은 ABO식 혈액형과는 별도로 Rh항원의 유무에 따라 구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Rh항원이 있는 Rh+형이라고 한다. O형 부모에게서도 A,B, AB형의 자녀가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