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달에서 채취하려 한다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는 말 그대로 흙에서 드물게 구할 수 있는 원소다.
네오디뮴, 스칸듐 등 17개 원소인데 화학적으로 안정돼 있고 열과 전기가 매우 잘 통한다. 생산량도 적고 쓰이는 양도 적지만 산업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물질로 꼽힌다. 전기차나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영구 자석이나 고강도 또는 경량 합금을 생산하는 첨가제, 특수 광학유리 제조 등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된다.
사람이 체력을 유지하려면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을 다량 먹어야 하지만, 적은 양이어도 비타민을 꼭 섭취해야 하듯이 희토류도 공학 기술이 요구되는 제품을 생산하려면 꼭 필요한 물질이다.
달에는 희토류가 왜 많을까. 희토류는 대부분 운석처럼 우주에서 날아드는 물질에 실려 들어온다. 지구에도 운석에 묻은 희토류가 날아들긴 했지만 지구 표면은 공기에 덮여 있기 때문에 달과는 상황이 달랐다. 대기권과의 마찰로 많은 운석이 지구로 진입하던 도중 타서 사라졌다. 게다가 지구에는 비바람이 만드는 풍화작용까지 있다.
달에는 이런 기상현상이 전혀 없다.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달 표면에 떨어진 운석은 원래 성분 그대로 켜켜이 쌓여 있기 마련”이라며 “특히 극저온 지역이 많은 달 극지에 희토류 같은 자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달에서 희토류의 세밀한 분포도가 나오고 앞으로 채굴 능력까지 갖춘 정부 또는 기업이 등장하면 달은 거대한 광산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우주 공간인 만큼 채굴과 운반 비용이 든다 해도 일부 희토류는 금보다 비싼 경우도 있어 채산성이 나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1967년 세계 100여개국이 참여해 맺은 우주조약에서 어떤 특정 국가도 외계 우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한 점을 들어 채굴이 법적·제도적인 정당성을 갖출 수 있겠느냐는 전망도 내놓는다. 하지만 미국은 2015년 우주에서 캐거나 뽑아낸 자원은 누구든 가질 수 있도록 관련 법을 만들었다. 이 법의 취지는 달 표면에서 채굴 차량을 몰고 어느 지역으로 이동해 자원을 퍼오는 것은 가능하며, 달 표면에 특정 국가가 건물을 짓고 점유하는 상황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단계에서 달 자원 채취를 둘러싼 법적 논의의 흐름은 공해상에서 물고기잡이가 허용되는 것과 비슷하다. 특정 공해를 ‘내 것’이라고 선언하지 않고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을 잡기만 한다면 별다른 제재가 없는 것과 유사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등 각국이 사람 또는 탐사선을 경쟁적으로 보낼 2020년대를 기점으로 희토류 채취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