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규제법 시행 세계 동향
세계 각국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정신적 괴롭힘도 괴롭힘으로 폭넓게 규정하여 형법으로 금지하기도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제하는 법안을 가장 먼저 마련한 곳은 북유럽이다. 스칸디나비아 3국은 1980년대부터 이를 논의해왔으며 스웨덴은 1993년 세계 최초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조례를 제정, 형법으로도 이를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경우 가해자와 회사 경영진까지 처벌 대상이다. 2년의 징역형과 3만유로(약 4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프랑스는 노동법과 형법을 통해 신체적 건강만이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 해를 끼치는 괴롭힘도 금지한다.
영국과 미국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독자적으로 다루는 법은 없다. 다만 차별금지법에 따라 나이, 성, 장애, 인종, 신앙 등과 관련된 괴롭힘은 금지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평등법, 괴롭힘 방지법(스토킹 제재 목적), 고용권리법 등 다른 여러 법안을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부분적으로 금지 및 예방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등 3개 주에서는 주정부 차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시행 중이다.
캐나다 퀘벡주는 2004년 미주권 최초로 직장 내 정신적·신체적 괴롭힘에 대한 규정을 마련했으며, 캐나다 연방 정부도 2008년 관련 내용을 담은 직업 건강안전규칙을 제정했다.
호주도 2014년 공정노동법을 개정하며 괴롭힘 중재 수단을 갖추고 있다. 괴롭힘 피해자는 공정노동위원회(FWC)를 통해 가해자에게 괴롭힘 중단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법안은 직접 고용한 노동자는 물론, 외주 및 하청 노동자, 교육생, 자원봉사자 등에게도 적용된다.
일본에서 직장 내 괴롭힘은 '파워하라(power harassment: 상사의 괴롭힘)'로 불린다. 직장 내 따돌림·괴롭힘 관련 상담이 연간 7만 건을 넘어서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자 일본 의회는 2019년 5월 기업의 괴롭힘 방지 조치를 의무화하는 법률을 가결시켰다. 일본 기업들은 내년부터 관련 상담 센터를 마련해야 하며, 상담을 요청한 피해자에게 해고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없다.
우리나라는 7월16일부터 시행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한다. 해당 법은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 가능하도록 하고 사용자는 이에 따라 지체 없이 조사하고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법으로 피해 사실을 알린 직장인이 조직 내에서 되레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크게 줄어들 거라는 게 노동계의 기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한다는 이유로 피해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 불이익을 안기는 처우를 금지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 위반 시 사용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 측은 “법 시행을 기점으로 정부가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한다면 직장갑질이 상당 부분 근절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괴롭힘 당사자인 가해자에 대한 직접 처벌 조항이 없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사용자 판단에 따른 징계만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라 가해자가 사용자인 경우 피해자는 결국 사업주에게 조치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