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조기총선, 미초타키스 신민당으로 정권교체
7월7일(현지시간) 실시된 그리스 조기총선에서 미초타키스 대표가 이끄는 신민당이 39.85%를 득표해 총 300개 의석 중 과반인 158석을 획득하여 정권교체를 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그리스 선거제도에 따르면 제1당에 비례대표 50석을 추가로 주기 때문에 신민당은 과반 의석이 가능해졌다. 집권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31.53%를 득표해 86석을 얻어 제2당으로 밀려났다.
미초타키스 대표는 승리가 결정되자 TV 연설을 통해 고통스러운 한 시대는 끝났다며 나의 재임 기간 중 자랑스럽게 재도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BBC가 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초타키스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우리 국민이 번영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떠났던 자녀들이 되돌아오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2008~2016년 그리스는 국민 중 40만명이 넘는 약 4%가 떠났다. 젊은 층이 국외로 탈출하면서 그리스 국민 평균 연령이 2008년 이후 4세 이상 높아졌다. 20~39세 인구가 전체 중 29%를 차지했지만 24%로 떨어졌다.
차기 총리에 오르게 된 미초타키스 대표는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금융계에서 경력을 쌓아온 친기업 성향 인물이다.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 전 총리 아들인 그는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해 국제 컨설팅사인 맥킨지 등에서 일하다 2004년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그의 누나 도라 바코야니스는 2004년 아테네 시장을 역임했고, 조카 코스타스 바코야니스도 올해 아테네 시장에 당선돼 취임을 앞두고 있다.
미초타키스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세금 감면, 일자리 창출, 공기업 민영화, 외국인 투자 유치 등 시장 친화적 정책을 통해 2%대를 기록하고 있는 그리스 경제 성장률을 4%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년간 불황과 구제금융 세 번으로 흔들렸던 그리스가 성장과 안정기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시장 친화적 성향인 미초타키스 대표의 승리가 유력해졌다는 전망에 그리스 채권 금리는 하락하고 증시는 상승했다. CNN은 미초타키스 대표는 민영화와 같은 급격한 변화를 시행하고 그리스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빠르게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리스에서는 당초 10월께 총선이 예정됐다. 하지만 알렉시스 치프라스 현 총리가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와 이어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총선을 3개월가량 앞당기는 승부수를 던졌고 이에 실패한 셈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 채무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5년 1월 시리자의 총선 승리를 이끌어 총리직에 올랐다.
치프라스 총리는 8년에 걸친 국제채권단 구제금융 체제를 지난해 8월 종식하고 최근에는 경제 성장세와 함께 실업률 하락을 이끌었다. 또 27년간 나라 이름을 둘러싸고 분쟁을 겪던 이웃 북마케도니아와의 갈등을 해소하면서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에서는 인정받았다.
하지만 세금 인상과 연금 삭감 등 재임 기간 그가 밀어붙인 긴축 정책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이 쌓이고, 국명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분쟁을 이어온 북마케도니아와 합의안을 도출한 것도 대다수 국민에게 반감을 사며 지지율이 하락하는 요인이 됐다. 아리스티데스 하지스 아테네대 교수는 FT에 그리스인들은 높은 세금과 약한 성장, 매우 낮은 일자리 창출에 진절머리가 났다고 말했다.
2010년, 2012년, 2015년 세 차례에 걸쳐 총 2890억유로(약 383조원) 규모로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는 채권단 측 요구에 따라 강도 높은 구조 개혁과 혹독한 긴축 정책을 이행해왔다. 급여와 연금 삭감 조치가 거듭되면서 그리스 국민의 월급과 연금 수령액은 평균 3분의 1가량 쪼그라들었다. 투자와 소비가 모두 위축돼 그리스 국가 경제 규모는 이 기간에 4분의 1가량 축소됐다. 이로 인해 이번 선거 결과는 이미 예상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BBC는 이날 총선 결과에도 아테네 거리는 조용했다며 신민당 승리가 예상되면서 사람들은 집회에 모이지 않고 해변가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작년 7월 하순 아테네 근교 휴양지에서 발생해 101명의 목숨을 앗아간 역대 최악의 산불 역시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 진화와 인명 구조 과정에서 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이 일며 정부가 궁지에 몰렸다.
치프라스 총리는 미초타키스 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하면서 패배를 인정했다. 반면 지난 총선에서 기성 정당을 심판하는 분위기 덕분에 원내 제3당으로 약진한 극우정당 황금새벽당은 의석 확보 하한선인 3% 득표에 실패해 원내 진출이 좌절됐다.
그러나 미초타키스 대표의 앞길은 만만치 않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그리스 경제 규모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최소 2033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그리스 은행들은 여전히 부실 대출로 가득 차 있고, 공공부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83%에 이르고 있다. 이 때문에 그가 공약을 내건 감세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