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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不亦快哉行(불역쾌재행)20수-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nyd만물유심조 2019. 6. 15. 15:51

 

60세에 스스로 지은 호 사암.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며 철학자인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이 지은 시.

 

 

​不亦快哉行 (불역쾌재행) -不(아닐 불) 亦(또 역) 快(쾌할 쾌) 哉(어조사 재) 행(다닐 행)-이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이 시를 보며 우리 모두 즐겁게 삽시다.

 

1.

跨月蒸淋積穢氛 (과월증림적예분) 달포 넘게 찌는 장마 오나가나 곰팡냄새

四肢無力度朝曛 (사지무력도조훈) 사지에 맥이 없이 아침저녁 보내다가

新秋碧落澄寥廓 (신추벽락징요곽) 가을 되어 푸른 하늘 맑고도 넓으면서

無端軒都一點雲 (무단헌도일점운) 하늘 땅 어디에도 구름 한 점 없으면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상쾌할까

2.

疊石橫堤碧澗隈 (첩석횡제벽간외) 산골 시내 굽이진 곳 돌무더기 가로막혀

盈盈滀水鬱盤迴 (영영축수울반회) 가득히 고인 물이 빙빙 돌고 있는 것을

長鑱起作囊沙決 (장참기작낭사결) 막고 있는 모래주머니 긴 삽으로 툭 터서

澎湃奔流勢若雷 (팽배분유세약뢰) 우레처럼 소리 내며 쏜살같이 흘러가면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통쾌할까

3.

蒼鷹鎖翮困長饑 (창응쇄핵곤장기) 날개를 묵히면서 굶고 있는 푸른 매가

林末毰毸倦却歸 (임말배시권각귀) 숲 끝에서 날개 쳐도 갈 곳 별로 없다가

好就朔風初解緤 (호취삭풍초해설) 매서운 북풍에 처음으로 줄을 풀고

碧天如水盡情飛 (벽천여수진정비) 바다 같은 푸른 하늘 마음껏 날아갈 때면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유쾌할까

4.

客舟咿嘎汎晴江 (객주이알범청강) 삐걱삐걱 노 저으며 청강에 배 띄우고

閒看盤渦浴鳥雙 (한간반와욕조쌍) 쌍쌍이 무자맥질하는 물새들을 보다가

正到急湍投下處 (정도급단투하처) 쏜살같이 내닫는 여울목에 배가 와서

涼颸拂拂洒篷牕 (양시불불쇄봉창) 시원한 강바람이 뱃전을 스쳐 가면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상쾌할까

5.

岧嶢絶頂倦游筇 (초요절정권유공) 깎아지른 절정을 힘겹게 올랐을 때

雲霧重重下界封 (운무중중하계봉) 구름 안개 겹겹으로 시야를 막았다가

向晩西風吹白日 (향만서풍취백일) 이윽고 서풍 결에 태양이 눈부시고

一時呈露萬千峯 (일시정로만천봉) 천봉만학 있는 대로 일시에 다 보이면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상쾌할까

6.

嬴驂局促歷巉巖 (영참국촉역참암) 야윈 말이 힘겹게 험한 길을 지나면서

石角林梢破客衫 (석각임초파객삼) 돌부리 나뭇가지에 옷자락이 찢겼는데

下馬登舟前路穩 (하마등주전로온) 말에서 내려 배를 타고 평온한 앞 길 따라

夕陽高揭順風帆 (석양고게순풍범) 석양 하늘 순풍에 돛을 높이 달고 가면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유쾌할까

7.

騷騷木葉下江皐 (소소목엽하강고) 낙엽은 우수수 강 언덕에 떨어지고

黃黑天光蹴素濤 (황흑천광축소도) 우중충한 날씨에 흰 파도가 넘실댈 때

衣帶飄颻風裏立 (의대표요풍리립) 옷자락 휘날리며 바람 속에 섰노라면

怳疑仙鶴刷霜毛 (황의선학쇄상모) 하얀 깃을 쓰다듬는 선학과도 같으리니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상쾌하랴

8.

隣人屋角障庭心 (인인옥각장정심) 이웃집 처마 끝이 앞마당을 막고 있어

涼日無風晴日陰 (양일무풍청일음) 여름날도 바람 없고 맑은 날도 그늘진 것을

請買百金纔毁去 (청매백금재훼거) 백금으로 사들여서 모두 다 헐어내고

眼前無數得遙岑 (안전무수득요잠) 먼 산 묏부리들이 눈앞에 훤하게 하면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시원할까

9.

支離長夏困朱炎 (지리장하곤주염) 지루한 여름날 불볕더위에 시달려

濈濈蕉衫背汗沾 (즙즙초삼배한첨) 등골에 땀 흐르고 베적삼이 축축할 때

洒落風來山雨急 (쇄락풍래산우급) 시원한 바람 끝에 소나기가 쏟아져

一時巖壑掛氷簾 (일시암학괘빙렴) 얼음발이 단번에 벼랑에 걸린다면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상쾌할까

10.

淸宵巖壑寂無聲 (청소암학적무성) 깊은 골에 밤이 들어 죽은 듯이 고요하고

山鬼安棲獸不驚 (산귀안서수불경) 귀신도 잠이 들고 짐승들도 기척 없을 때

挑取石頭如屋大 (도취석두여옥대) 집채 같은 큰 바위를 두 손 번쩍 들어다가

斷厓千尺碾砰訇 (단애천척년팽굉) 천 척 낭떠러지를 매질하듯 울려보면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통쾌할까

11.

局促王城百雉中 (국촉왕성백치중) 장안의 성 안에서 움츠리고 지내기를

常如病羽鎖雕籠 (상여병우쇄조롱) 병든 새가 조롱 속에 갇혀 있듯 하다가

鳴鞭忽過郊門外 (명편홀과교문외) 채찍을 울리면서 교문 밖을 썩 나서면

極目川原野色通 (극목천원야색통) 산천과 들 빛이 눈에 온통 다 보일 때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통쾌할까

12.

雲牋闊展醉吟遲 (운전활전취음지) 흰 종이를 활짝 펴 두고 시상에 지그시 잠겼다가

草樹陰濃雨滴時 (초수음농우적시) 우거진 녹음 속에 비가 뚝뚝 떨어질 때

起把如椽盈握筆 (기파여연영악필) 서까래와 같은 붓을 손에 잔뜩 움켜쥐고

沛然揮洒墨淋漓 (패연휘쇄묵림리) 먹물이 흥건하게 일필휘지 하고 나면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유쾌하랴

13.

奕棋曾不解贏輸 (혁기증부해영수) 장기 바둑 승부수를 내 일찌기 모르기에

局外旁觀坐似愚 (국외방관좌사우) 곁에서 물끄러미 바보처럼 앉았다가

好把一條如意鐵 (호파일조여의철) 한 자루 여의철을 손으로 움켜잡고

砉然揮掃作虛無 (획연휘소작허무) 단번에 판 위를 확 쓸어 없애 버리면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통쾌할까

14.

篁林孤月夜無痕 (황임고월야무흔) 대숲 위에 외로운 달 소리 없이 밤 깊을 때

獨坐幽軒對酒樽 (독좌유헌대주준) 초당에 홀로 앉아 술독을 앞에 놓고

飮到百杯泥醉後 (음도백배이취후) 한 백 잔 마시다가 질탕하게 취한 후에

一聲豪唱洗憂煩 (일성호창세우번) 노래 한바탕 불러대어 근심 걱정 씻어 버리면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유쾌할까

15.

飛雪漫空朔吹寒 (비설만공삭취한) 눈보라 분분하고 삭풍이 차가워

入林狐兎脚蹣跚 (입림호토각반산) 숲 찾아든 여우 토끼 다리 절고 있을 때

長槍大箭紅絨帽 (장창대전홍융모) 긴 창에 큰 화살로 홍전립 눌러 쓰고

手挈生禽側挂鞍 (수설생금측괘안) 산 채로 때려잡아 안장에 꿰어차면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통쾌할까

16.

漁舟容與綠波間 (어주용여록파간) 푸르른 물결 따라 고깃배로 노닐면서

風露三更醉不還 (풍로삼경취불환) 야삼경 술에 취해 돌아갈 줄 모르다가

歸雁一聲驚破睡 (귀안일성경파수) 가는 기러기 한 소리에 놀라 잠을 깼더니만

蘆花被冷月如彎 (노화피냉월여만) 갈꽃 이불 썰렁하고 초생달이 떠 있으면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상쾌할까

17.

落盡家貲結客裝 (낙진가자결객장) 세간살이 모두 팔아 괴나리봇짐 꾸려 지고

雲游蹤跡轉他鄕 (운유종적전타향) 뜬구름 신세로 타향을 떠돌다가

路逢失志平生友 (노봉실지평생우) 뜻 못 펴고 유랑하는 지기지우 길에서 만나

交與囊中十錠黃 (교여낭중십정황) 주머니 속 돈 열 냥을 그에게 꺼내 주면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유쾌할까

18.

噍噍磌鵲繞林梢 (초초전작요임초) 나무 끝을 맴돌면서 어미까치 짖어대고

黑質脩鱗正入巢 (흑질수린정입소) 시커먼 구렁이가 둥지로 기어들 때

何處戛然長頸鳥 (하처알연장경조) 어디선가 목 긴 새가 왝하고 날아와

啄將珠腦勢如虓 (탁장주뇌세여효) 성난 범처럼 머리통을 쪼아대면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통쾌할까

19.

琴歌來趁月初圓 (금가래진월초원) 달 둥글면 거문고 타고 노래하기로 하였는데

無那頑雲黑萬天 (무나완운흑만천) 어찌할까 온 하늘을 먹구름이 다 덮다니

到了整衣將散際 (도료정의장산제) 옷을 모두 챙겨 입고 헤어지려 할 즈음에

忽看林末出嬋娟 (홀간임말출선연) 숲 끝에 얼굴 내민 예쁜 달을 보게 되면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반가울까

20.

異方遷謪戀觚稜 (이방천상연고능) 먼 지방 귀양살이 대궐 못내 그리워서

旅館無眠獨剪燈 (여관무면독전등) 여관 한 등 잠 못 이루고 등불만 만지작거린다.

忽聽金鷄傳喜報 (홀청금계전희보) 뜻밖에 금계의 기쁜 소식 전하는 말 듣고

家書手自啓緘縢 (가서수자계함등) 집에서 보낸 편지를 손으로 뜯었을 때

不亦快哉 (불역쾌재) 그 얼마나 흔쾌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