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대 필리페 토블러 교수 연구진은 지난 10월9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에 발표한 논문에서 "여성이 이타적 행동을 할 때 뇌의 보상 중추에서 도파민 호르몬 분출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도파민은 뇌가 만족감을 느낄 때 나오는 신경 전달 물질이다.
스위스와 독일, 네덜란드 공동 연구진은 먼저 성인 남녀 56명을 둘로 나눠 한쪽에는 도파민 작용을 막는 약을 주고 다른 쪽에는 같은 효능이 있다고 속인 '가짜' 약을 줬다. 약 복용 후 실험 참가자들은 돈을 독차지하거나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게임을 진행했다. 이 실험에서 가짜 약을 먹은 여성은 51%가 타인과 돈을 나눴다. 남성은 그 비율이 40%에 그쳤다. 반면 진짜 약을 먹고 도파민 작용이 차단된 여성은 돈을 나누는 비율이 45%로 줄었다. 남성은 반대로 44%로 늘었다. 그렇다면 여성은 도파민이 이타적 행동을 유발하고 남성은 반대로 이기적 행동에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남녀 40명에게 역시 돈 나누기 게임을 시키면서 뇌에서 도파민이 작동하는 가치 평가 영역을 촬영했다. 다른 사람을 위하는 행동을 하자 여성 뇌에서 이 영역이 남성보다 더 강하게 작동했다. 연구진은 두 실험 결과를 근거로 "도파민이 작동하는 뇌 보상 중추가 여성에게서는 다른 사람과 돈을 나누게 하고 남성에게서는 자신을 위하는 행동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진화 연구자들은 여성은 진화 과정에서 집단 내부의 갈등을 풀기 위해 이타적 행동을 더 많이 하도록 발달했다고 설명한다. 집단에서 갈등이 생기면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과 아이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란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영국 애스턴대의 지나 리폰 교수는 가디언지 인터뷰에서 "게임에서 타인과 돈을 나눈 여성 비율이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여성이 이타적 행동을 더 많이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