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은 7월1일 지난 5년 동안 신앙교리성 장관을 맡았던 뮐러 추기경의 후임으로 루이스 페레르 신앙교리성 차관을 임명했다. 가톨릭 교리를 관장하는 신앙교리성 장관은 교황청 내 가장 권한이 큰 자리 중 하나다.
최근 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내 대표적 보수파 추기경인 게르하르트 뮐러 신앙교리성 장관을 해임했고 지난주 교황청 재무원장 조지 펠 추기경이 아동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뮐러 추기경까지 물러나면서 교황청 내 권력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보수파였던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에 의해 2012년 신앙교리성 장관에 임명된 뮐러 추기경은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많은 사안에서 부딪혔다. 교황은 그동안 배제돼 온 이혼했거나 재혼한 이들도 사제의 판단에 따라 영성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2015년 가톨릭 주교 자문회의(시노드) 제안에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뮐러는 이에 대해 교황청 내에서 가장 강한 반대 의견을 낸 추기경 중 하나였다. 이후 교황은 지난해 교황 권고에서 자문회의 안을 언급하지 않은 채 이혼·재혼자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사랑이 요구된다”고만 발표했다. 가톨릭의 보수적인 사제들은 이혼을 인정하지 않고 첫 결혼이 이어지는 것으로 간주해, 교회 허가 없는 재혼은 간음과 이어지는 죄로 본다.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가톨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여성이 부제(미사에서 사제를 보조하는 성직자)를 맡을 수 있는지 검토하는 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을 때도 뮐러는 그런 변화는 “불가능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교황청 내에서 “교황과 같은 곳에 있지 않다”는 평을 듣던 뮐러와는 달리, 새로 임명된 페레르는 온화한 성품으로 교황과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페인 출신의 페레르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예수회 소속이다.
지난주 교황청 권력 서열 3위인 펠 추기경이 성범죄 혐의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기소되면서 교황청을 비우고 있는 가운데 뮐러 추기경까지 해임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에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지우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펠 추기경은 교황 측근으로 알려져 있지만, 성향은 보수파다.
<뉴욕 타임스>는 “뮐러 추기경은 교황이 교회의 정통성을 해체할까봐 걱정하는 보수파의 비판으로부터 교황을 정치적으로 보호하는 유용한 역할을 해왔다”며 “(뮐러 해임으로) 교황은 자상한 성직자가 아닌 보수파를 제거하는 기민한 정치적 행위자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