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뒤 사흘간 안치됐다고 알려진 무덤이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거쳐 3월22일(현지시간) 재공개됐다. 무덤은 현재 이스라엘 예루살렘 올드시티에 위치한 성묘교회 내부에 있으며 일명 ‘에디큘(무덤을 모신 작은 건물)’로 불린다. 그리스 과학자 등 복원팀은 9개월간 무덤의 매몰된 부분 등을 복원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에디큘은 화재로 소실됐다가 1808~1810년 재건됐다. 그러나 계속된 성묘교회 지하 발굴 작업과 빗물, 습도, 촛불 연기, 순례객의 방문 등으로 훼손을 거듭하면서 보수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이후 이스라엘 유적 관리당국은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판정을 내렸고 2015년 이스라엘 경찰은 건물을 일시 폐쇄, 지난해부터 복원 공사가 시작됐다.
에디큘과 내부 무덤 복원 작업은 그리스 국립공대 유물보존팀 전문가 50여명이 맡았다. 복원팀은 에디큘 벽을 지탱하기 위해 둘레에 설치됐던 철망을 제거하고 구조 보강작업을 실시했으며 레이저 스캐너 등을 사용해 촛불 검댕과 먼지 등을 청소했다. 이번 공사에서는 순례객들이 무덤 내부를 볼 수 있도록 대리석 석판을 잘라 작은 창을 냈다.
복원팀은 지난해 공사를 시작하면서 바위로 조각돼 무덤 덮개로 사용된 대리석 석판을 처음 들어 올렸다. 당시 대리석판 아래 공간을 메우는 잔해를 치우자 회색의 십자가가 새겨진 또 다른 대리석 판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관심을 불러모았다.
고고학자들은 이번 공사에서 예수의 몸이 놓였던 원래 무덤 돌의 표면에 대해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복원 프로젝트의 감독을 맡은 세계유적기금 보니 번햄은 AP통신에 “당장 복원하지 않았다면 붕괴 위험이 매우 컸다”며 “무덤이 완벽하게 변신했다”고 전했다.
성묘교회는 로마제국 당시인 325년 콘스탄틴 황제가 건립했으나 이슬람 세력에 의해 1009년 구조물이 파괴됐다. 12세기 십자군이 성지를 탈환하면서 복원해 현재 모습을 갖췄다. 1808년 화재로 손상돼 복원 공사를 한 후 200여년만의 공사다.
성묘교회 일대는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당한 골고다 언덕이 있던 곳이다. 일명 ‘비아 돌로로사(고난의 길)’로도 불리는 곳으로 1~14지점에 이른다. 성묘교회는 비아 돌로로사의 맨 끝 지점이다. 한국성서지리연구원 홍순화 목사는 “예루살렘 올드시티는 아르메니안 아랍인 유대인 기독교인 등 4개 종교 지대로 나뉜다”며 “비아 돌로로사의 1~8지점은 아랍인 지역, 9~14지점은 기독교인 지역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성묘교회는 현재 로마가톨릭과 그리스정교회, 아르메니아교회 등이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세 종파는 해당 구역에 대해 공동으로 경비를 서고 있다. 2008년에는 그리스정교회와 아르메니아교회 수도자 간에 논쟁이 발생해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