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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자성어 '도량발호(跳梁跋扈)'

nyd만물유심조 2024. 12. 9. 12:38


전국 대학교수들은 12월9일 올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도량발호'(跳梁跋扈) 즉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천86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월25일부터 이번 12월 2일까지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 1위로 도량발호(41.4%)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도량발호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권력자들이 자신이 권력의 원천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어 이 사자성어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 설문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도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삐뚤어진 권력자는 권력의 취기에서 깨어나야 한다"며 "최악의 사례가 지난 3일 심야에 대한민국을 강타한 비상계엄령"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만적 행위가 아직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이 섬뜩하고 참담하다"며 "권력을 위임한 국민이 그 권력을 다시 회수하기 전에, 우리 사회의 많은 권력자는 권력의 취기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2위에 오른 사자성어는 후안무치(厚顔無恥)로 28.3%(307표)의 지지를 받았다. 이는 ‘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으로 김승룡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가 추천했다. 김 교수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말을 교묘하게 꾸미면서도 끝내 수치를 모르는 세태를 비판한다”고 했다.

3위에는 ‘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 한 마리가 국가를 어지럽힌다’는 석서위려(碩鼠危旅)가 18.5%(201표)의 득표로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매년 12월 교수들의 추천과 투표를 거쳐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올해도 20명의 추천위원단으로부터 19개의 사자성어를 추천받은 뒤 5개의 후보를 확정했다.

****跳梁跋扈(도량발호).
跳: 뛸 도. 제멋대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상징한다.
梁: 들보 량. 권력자나 세력을 가진 자가 마치 들보처럼 높은 곳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는 모습을 묘사한다.
跋: 밟을 발. '밟다' 라는 뜻이다. 다른 사람이나 사물을 함부로 밟고 다니는 행동을 묘사하는데 사용된다.
扈: 따를 호. '호'는 '따르다' 라는 뜻이 담겨 있다. 여기서는 권력자나 세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이끌고 다니는 모습을 나타낸다.

•••발호는 후한서(後漢書)의 양기전(梁冀傳)에 나오는 말이다.
중국의 후한(後漢)은 온갖 횡포를 부린 외척과 환관때문에  멸망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척 가운데 가장 포악한 사람은 20년동안 권력을 전횡한, 10대 순제(順帝) 황후의 오빠인 양기(梁冀)를 꼽을 수 있다.
양기(梁冀)는 순제(順帝)가 죽자 두 살 된 어린 조카를 충제(沖帝)에 즉위하도록 하였다. 충제(沖帝)가 3세 때 죽자 8세의 질제(質帝)를 즉위시켰다. 질제는 즉위 당시부터 매우 총명하여 어린 자신의 눈에도 양기의 전횡이 늘 못마땅하였다. 어느 날 조회(朝會) 때 질제가 양기를 가리키면서 '이 분이 발호장군(跋扈將軍)이시군' 이라고 하였다(嘗因朝會此跋扈將軍也).
발호(跋扈)의 발(跋)은 '뛰어 넘는다'는 뜻이고, 호(扈)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대나무로 만든 통발이다. 작은 물고기는 통발 속에 갇히면 도망가지 못하지만 큰 물고기는 통발을 뛰어넘어 도망칠 수 있다. 즉 신하가 권력을 마음대로 휘둘러 윗사람을 무시 또는 침범하는 그의 오만 방자함을 통발에 비유한 것이다.
조정 신하 앞에서 망신을 톡톡히 당한 양기(梁冀)는 이후 나이 8세가 된 질제(質帝)마저 떡에 독을 넣어 독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