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霜降)은 24절기 가운데 열여덞 번째이며 태양의 황경이 210도가 되는 시기로 가을의 마지막 절기이다.
서리 상(霜)에 내릴 강(降), 서리가 내린다는 의미로 이 시기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 대신에 밤의 기온이 매우 낮아지는 때이다. 따라서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며, 온도가 더 낮아지면 첫 얼음이 얼기도 한다. 옛사람들의 말에 “한로불산냉(寒露不算冷),상강변료천(霜降變了天)”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한로 때엔 차가움을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상강 때엔 날씨가 급변한다.”라는 뜻이다.
요즘에는 농사일정이 많이 앞당겨졌지만 예전의 농가에서는 가을걷이로 한창 바쁘다. 제주도에서는 조 이삭은 상강 넘으면 더 안여문다(서리 내리기 전에 빨리 베라는 뜻), 상강이 지나면 바닷고기에 알이 박힌다는 말(맛이 없어진다)이 있다. '농가월령가'에 보면 “들에는 조, 피더미, 집 근처 콩, 팥가리, 벼 타작 마친 후에 틈나거든 두드리세……”라는 구절이 보인다. 이를 보면 상강 무렵엔 가을걷이할 곡식들이 사방에 널려 있어 일손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속담에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 "가을 들판에는 대부인(大夫人) 마님이 나막신짝 들고 나선다."라는 말이 있는데, 쓸모없는 부지깽이도 필요할 만큼 바쁘고 존귀하신 대부인까지 나서야 할 만큼 곡식 갈무리로 바쁨을 나타낸 말들이다.
이모작이 가능한 남부지방에서는 보리 파종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농가의 속담으로는 "상강 90일 두고 모 심어도 잡곡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이모작을 해도 쌀이 낫다는 뜻이다. 상강을 90일 앞둔 날이라면 7월 25~26일이 된다. 물론 모내기로는 매우 늦은 시점이지만, 이모작 지역에서 상강이 절기로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마늘을 심기도 한다.
이 시기에 감을 따 껍질을 도려내어 주렁주렁 매달아 곶감을 만들고, 타작을 할때 뛰어 나오는 메뚜기를 잡아 술안주나 밥반찬으로 먹었다. 논 고랑에서 잡은 미꾸라지는 몸 보신용으로 추어탕을 끓여 먹으며 겨울 맞이를 했다. 또 이때는 국화가 피기 때문에 국화주, 국화전, 화채 등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국화 뿐 아니라 모과도 상강이 지나 서리를 맞아야 향이 더 진하다고 한다. 제철 음식으로는 추어탕, 무 홍시채, 생강차, 호박죽, 햅쌀밥, 약밥, 토란, 고구마, 달걀찜, 잡곡, 은행 등이 있다.
김형수(金逈洙)의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에 보면 한로와 상강에 해당하는 절기의 모습을 “초목은 잎이 지고 국화 향기 퍼지며 승냥이는 제사하고 동면할 벌레는 굽히니”라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벌써 하루해 길이는 노루꼬리처럼 뭉텅 짧아졌으며, 하룻밤 새 들판 풍경은 완연히 다른데 된서리 한방에 푸르던 잎들이 수채색 물감으로 범벅을 만든 듯 누렇고 빨갛게 바뀐다고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군령권을 상징하는 군기(軍旗)인 둑(纛) 앞에서 경칩과 상강 때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이를 둑제(纛祭)라고 하는데, 소사로 분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거행면에서는 격식을 한 단계 올려서 제수도 다른 소사보다 더 풍성하게 차리고 제관도 한 직급 올려서 병조판서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