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용병이란 직업의 역사

nyd만물유심조 2023. 7. 2. 22:05

로마 교황청에서 근무하는 스위스 근위부대의 모습. 16세기 스위스용병대의 복장을 갖추고 근무한다.


용병(傭兵 Mercenary)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로 불린다. 기원전 1750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에도 용병에 대한 규정이 남아있다고 할 정도로 이미 수천년 전부터 용병이란 직업이 존재했다.

특히 고대와 중세시대에는 국가 재정이 빈약해 지금처럼 수십만명 규모의 상비군을 유지할 예산이 부족했던만큼, 전쟁이 발발할 때만 고용했다가 다시 해고하는 기간제 용병을 운용하는 국가가 많았다. 이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의 대부분 문명권에서 마찬가지였다.

일찍부터 중앙집권제가 시작된 동양 역사에는 용병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지만, 국가가 혼란해지면 용병이 많이 등장하곤 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3세기 중국의 역사를 다룬 '삼국지(三國志)'에 등장하는 많은 호걸들은 오늘날로 따지면 대부분 용병부대의 대장이었다. 소설 삼국지연의의 주인공인 유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역사 속에서 유비는 촉한을 건국하기 이전까지 당시 용병대장을 의미하는 '객장(客將)'으로 묘사되며 매우 전략에 뛰어난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당대 중국 천하에서 패권다툼을 벌이던 군벌들인 공손찬, 도겸, 조조, 원소, 유표 등에게 계속 고용되며 결국 독자세력을 만드는데 성공하게 된다.

여러 개별국가로 쪼개져 전쟁이 잦았던 서양에서는 용병제도가 훨씬 활발하게 전개된다.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와 그리스 연합군간의 전쟁이 이어질 때부터 본격적인 용병 고용에 대한 기록들이 등장한다. 로마제국 역시 수많은 용병을 통해 제국을 넓혔지만, 결국 게르만 용병 대장이었던 오도아케르(Odoacer)에 의해 멸망하게 된다.

중세시대로 접어들면서 주로 종족이나 씨족단위로 운영되던 고대의 용병제도는 오늘날과 같은 기업형태로 바뀌게 된다. 15세기부터 본격적인 용병기업인 '컴퍼니(Company)'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용병기업들은 작게는 수십명 단위로, 크게는 수천명 단위로 용병을 고용해 개별 전쟁에 동원되거나 왕실이나 귀족들의 호위를 맡으며 성장하게 된다.

아예 국가단위로 용병사업을 주력산업으로 키운 전쟁국가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국가가 스위스에서 독일 중부에 위치했던 헤센-카셀(Hessen-Kassel) 방백국이란 곳이다. 스위스 용병은 13세기부터 이미 용맹한 용병부대로 이름이 높았고, 헤센-카셀 방백국은 인구의 거의 10% 이상, 즉 대부분의 젊은 남성들이 해외 용병에 근무할 정도로 완전한 군사국가였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에는 수만명의 헤센-카셀 지역 남성들이 영국군에 고용돼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이러한 용병사업은 이후 적십자(Red-Cross) 탄생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스위스 제네바 출생인 앙리 뒤낭(Henri Dunant)이 1850년대부터 1860년대까지 크림전쟁, 이탈리아 통일전쟁 등에 동원됐던 스위스 용병들의 참혹상을 보고 국적에 관계없이 부상병을 구호하는 단체인 적십자를 창설했기 때문이다.

- 이라크 전쟁 이후 美 용병기업 위축, 러시아 용병기업은 급성장
1,2차 세계대전 이후 국지전 발발지역이 중동지역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되면서 용병활동은 예전에 비해 크게 위축이 됐다. 21세기 초반까지는 주로 미국기업들을 중심으로 용병사업이 발전하게 된다.

지금은 민간군사기업(Private Military Company)이라 불리는 이 용병기업들은 전쟁 발발시 전투 동원을 위해 고용되거나 각 요인들의 경호, 점령지의 치안유지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1997년 설립돼 이라크 전쟁 전후 현지에서 크게 활약했던 '블랙워터(Black Water)'와 같은 용병기업들은 유명세를 타게 됐다.

그러나 2007년 9월, 이 블랙워터 용병들이 이라크 바그다드 시내 한복판 도로에서 무차별 총기난사를 벌여 수백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미국의 PMC 사업은 크게 위축된다. 미국의 PMC들이 이라크 등 중동 전역에서 수백건의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켰고 너무 많은 민간인들이 죽었다는 보고가 잇따르면서 많은 기업들은 사명을 바꾸거나 국적을 바꾸는 등 미국에서는 더이상 공개적으로 하기 어려운 사업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푸틴 정권의 지원하에 러시아 용병기업들이 크게 약진하게 된다. 중동의 이라크, 시리아 내전은 물론 아프리카 각국의 내전에 러시아 용병부대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바그너그룹을 비롯해 크고 작은 30여개의 용병기업들이 난립하게 됐다. 이들은 주로 석유나 천연자원 채굴권 등을 대가로 각국의 반군이나 정부군을 도와주면서 이권을 받아왔고, 러시아 정부도 이들의 활동에 깊게 개입하게 됐다. 여기서 발생한 이권과 자산들은 일부가 푸틴 대통령의 정권 연장을 위한 정치자금으로 전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가장 큰 규모였던 바그너그룹은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30여개 국가에서 활동하며 5만명 이상의 병력을 둔 대규모 용병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의 수장이었던 프리고진은 원래 러시아 최대 급식업체인 콩코드 케이터링(Concorde Catering)의 대표로 푸틴 대통령이 집권하기 이전부터 그의 전속 요리사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이후 프리고진은 2013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앞둔 상황에서 콩코드 케이터링 산하 자회사로 바그너그룹을 설립한다. 베테랑 군인 출신인 드미트리 우트킨과 손 잡고 각국에서 전직군인이나 용병단, 범죄자들을 규합해 용병기업을 만들었다. 이후 탱크와 장갑차, 전투기 등 중화기를 러시아군으로부터 직접 지원받으며 사업을 전세계로 확장해왔고,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바그너그룹 용병부대는 최전선의 선봉에서 전쟁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이번 반란으로 현재 바그너그룹과 함께 러시아에 약 30여개에 달한다고 알려진 민간군사기업(PMC), 즉 용병부대들은 러시아군에 흡수되거나 해체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역사 속에서 존재했던 수많은 용병부대들 중 일부도 실제 고용주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한 사례들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용병사업이 위축된 미국과 달리 새로이 '용병의 나라'로 떠올랐던 러시아의 용병사업 역시 이번 반란을 계기로 급격히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료:아시아경제 2023.7.2 이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