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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는 24절기중 10번째 절기로 본격 여름(夏)에 이르(至)는 시기이다. (2023.6.21)
하지 무렵 태양은 황도상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하는데 그 위치를 하지점이라고 하며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 태양의 남중고도(南中高度)가 가장 높아 북반구에선 일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밤의 길이는 가장 짧은 시기이다.
서울 근교의 북위 37~38도선에선 평균적으로 낮의 길이가 14시간 50분을 전후한다. 이 시기 서울에서는 4시 40분쯤부터 밝아져 5시 11분쯤에 해가 뜨며, 해는 19시 57분쯤에 지고, 날이 맑을 경우 20시 20분쯤까지 밝다. 이후로 점점 낮이 짧아지는 시기에 접어든다.
유럽의 위도는 생각보다 높은데, 남유럽에 속하는 로마가 한반도 최북단에 속하는 삼지연군과 똑같다. 그래서 유럽의 여름은 해가 떠 있는 낮의 시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서머타임을 실행한다. 유럽은 동양과 정반대로 여유롭게 노는 날이란 이미지가 있다. 특히 북유럽에서 이런 이미지가 강한데 1년 중 가장 낮이 길며 신록이 무성하기 때문이라 한다.
농촌에서는 이때가 추수 때만큼이나 바쁘다. 메밀 파종, 누에치기, 감자 수확, 고추밭매기, 마늘 수확 및 건조, 보리 수확 및 타작, 모내기, 그루갈이용 늦콩 심기, 대마 수확, 병충해 방재 등을 한다. 절기상 하지 전후로 캐는 감자를 "하지감자"라 부르며 감자를 캐어 밥에다 하나라도 넣어 먹어야 감자가 잘 열린다고 하였다. “하짓날은 감자 캐먹는 날이고 보리 환갑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하지가 지나면 보리가 마르고 알이 잘 배지 않는다고 한다. 또 하지가 지나면 감자 싹이 죽기 때문에 ‘감자 환갑’이라 한다. 이날 ‘감자천신한다’고 하여 감자를 캐어다가 전을 부쳐 먹었다.
농촌에서는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데 산이나 냇가에 제단을 만들고, 마을 전체의 공동행사로 제사를 지냈다. 제주(祭主)는 마을의 장이나 지방관청의 장이 맡고 돼지, 닭, 술, 과실, 떡, 밥, 포 등을 제물로 올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당이 제를 관장하기도 한다. 또 민간에서는 신성한 지역에 제물로 바친 동물의 피를 뿌려 더럽혀 놓으면 그것을 씻기 위해 비를 내린다는 생각으로, 개나 소 등을 잡아 그 피를 바위나 산봉우리 등에 뿌려 놓는 풍습이 있었다.
보통 이때가 본격적인 장마시기가 되며 따라서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뜻으로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라는 속담도 있고 “하지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가 다르다.”라는 속담도 있다. 또한 이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