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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하(立夏)

nyd만물유심조 2023. 5. 5. 18:19


입하(立夏)는 24절기 중 7번째 절기로 이때부터 여름이 시작된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봄 기운이 많이 있다. 입하의 夏는 여름 제사 때 관을 쓰고 우아하게 춤추는 모양에서 ‘여름’의 뜻을 나타내고 있으며 전(轉)하여 ‘크다’의 뜻도 나타내고 있다.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의 맥량(麥凉),맥추(麥秋)라고도 하며, ‘초여름’이란 뜻의 맹하(孟夏),초하(初夏), 괴하(槐夏), 유하(維夏)라고도 부른다.

입하 무렵이 되면 농작물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몹시 바빠지는데, 해충도 왕성한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병충해 방제는 물론, 각종 잡초를 제거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 이때가 되면 봄은 완전히 퇴색하고 산과 들에는 신록이 일기 시작하며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린다. 또 마당에는 지렁이들이 꿈틀거리고, 밭에는 참외꽃이 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묘판에는 볍씨의 싹이 터 모가 한창 자라고, 밭의 보리이삭들이 패기 시작한다. 집안에서는 부인들이 누에치기에 한창이고, 논밭에는 해충도 많아지고 잡초가 자라서 풀뽑기에 부산해진다.

또 이날에는 찻잎을 재배해서 차를 마시거나 쑥과 달래, 냉이, 씀바귀 등의 봄나물을 먹는다. 특히 쑥을 이용한 음식을 많이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쌀가루와 쑥을 버무려 시루에 쪄 먹는 떡, 이른바 쑥버무리 등으로 농사꾼들의 입맛을 돋우기도 했다. 쑥은 춘곤증에 좋은 봄나물에 속하는데 비타민 A인 카로틴 함량이 높아 봄철에 떨어지기 쉬운 면역력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입하가 되면 그날의 날씨로 점을 쳤다. 입하에 동풍이 불면 오곡을 수확하고 백성이 편안하다고 여겼다. 또한 입하에 달무리가 있으면 그해에 물이 풍부하고, 그렇지 않으면 물이 귀할 것이라 예상하였다. 입하에 날이 청명하면 반드시 가뭄이 든다고 믿었다. 입하는 못자리를 관리하여 이른 모내기를 하고 올보리를 수확하며 올콩이나 녹두, 참깨 등의 작물을 심는 시기에 해당된다.

입하 관련 속담으로는 ‘입하 물에 써레 싣고 나온다.’,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 등이 있다. 전자는 입하가 다가오면 모심기가 시작되므로 농가에서는 들로 써레를 싣고 나온다는 뜻이며, 후자는 옛날 재래종 벼로 이모작을 하던 시절에는 입하 무렵에 한창 못자리를 하므로 바람이 불면 씨나락이 몰리게 되는데 이때 못자리 물을 빼서 피해를 방지하라는 뜻이다.

입하때 피는 이팝나무는 한자로 육도목(六道木)이라고 하며, 수꽃에 암술이 없는게 특징으로 그래서 그런지 꽃에 벌을 발견 할 수 없는 것이 참으로 특이하다. 꽃이름의 대한 유래는 몇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입하 무렵에 꽃이 피므로 입하가 이팝으로 변음하였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 꽃이 만발하면 벼농사가 잘 되어 쌀밥을 먹게 되는 데서 이팝(이밥, 즉 쌀밥)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며, 셋째는 꽃이 필 때는 나무가 흰 꽃으로 덮여서 쌀밥을 연상시키므로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입하기간에 여러 가지 절사가 행해졌다. 그 중 하나인 중농(仲農:농사를 관장하였던 후직)제는 신라 시대부터 입하(立夏) 뒤, 해일(亥日)에 신농씨와 후직에게 지내던 제사를 가리키는 것이다. 또한, "고려사"에 따르면 우사(雨師)는 도성 내의 서남쪽 월산(月山)에서 매년 입하 뒤 신일(申日)에 제사지낸다고 되어 있다. 게다가 입하 때는 오교(五郊)중 하나인 남교에서 적제(赤帝) 축융(祝融:불을 관리하는 벼슬)에게 제사하였다.

- 改火 의식
입하에는 구화(舊火)를 신화(新火)로 바꾸는 행화(行火) 의식이 행해졌다. 이와 같은 개화를 행하는 이유는 불씨를 오래 두면 양기가 정도에 지나치게 형성되어 역병이 생길 수 있어, 계절마다 각기 다른 나무에 불을 붙여 불씨를 바꾸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입하의 개화의식은 한양에서는 병조(兵曹)에서, 그 외의 지역은 수령들이 주관하였다. 각각의 개화 때마다 다른 나무를 사용하였는데, 각각의 입절에 맞는 나무에서 불을 취하였다.

입하에는 황색 빛이 나는 대추나무와 살구나무[棗杏]를 서로 문질러서 불씨가 나오면 그것을 나누어 주었다. 개화 후의 불씨는 전궁(殿宮)에 진상한 뒤 모든 관아에 나누어 주었다. 한성부는 또 다시 오부(五部)에 나누어 주도록 하였다. 지방에서는 수령들이 의식을 행한 후 불씨를 여러 고을이 집집마다 나누어 주게 하였다. 그리고 이전의 불씨는 없애게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개화의식을 거쳐 생성된 불씨로 바꾸어 음식을 하면 음양의 절기가 순조롭게 이루어져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