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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 2023.2.4)
입춘은 24절기의 첫 번째로 봄의 시작으로 본다. 그러나 아직은 추운 겨울로 입춘이 지난 후 한 달 정도 지나야 계절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실제로는 춘분이 되어야 본격적인 봄이라고 할 수 있으며, 보통 3월 6일경인 경칩이 되어야 봄이 시작된다.
입춘은 해가 황경(黃經) 315도에 있을 때다. 음력으로는 섣달에 들기도 하고 정월에 들기도 하며, 윤달이 들어있는 해에는 반드시 섣달(12월)과 정월에 입춘이 두 번 들게 된다. 이것을 복입춘(複立春), 또는 재봉춘(再逢春)이라고 한다. 또 쌍춘년'(雙春年)이라고 하여 그해에 결혼하는 것이 길하다고 한다. 입춘 전날은 절분(節分)으로 불리고, 철의 마지막이라는 의미로 '해넘이'라고도 불리면서 이날 밤 콩을 방이나 문에 뿌려 마귀를 쫓고 새해를 맞이한다.
입춘은 새해의 첫째 절기이기 때문에 농경의례와 관련된 행사가 많아 가정에서는 기복적인 행사로 입춘축(立春祝)을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인다. 보통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고 종이에 써서 문에 붙인다. 이것은 입춘을 맞아 경사스런 일이 많이 생기라는 의미의 건양다경(建陽多慶)도 많이 사용한다. 여기에서 ‘건양’은 고종즉위 33년부터 다음 해 7월까지 쓰인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연호(1896∼1897)다. ‘건양다경’은 그 당시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다는 뜻의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비손하는 뜻에서 집집이 써서 붙였다고 한다.
최근에는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입춘을 봄으로 들어간다고 하여 ‘들봄’, ‘건양’은 ‘널리 퍼지는 따뜻한 봄볕’이라고 생각하여 ‘한볕’으로 바꿔 "들봄한볕 기쁨가득"으로 쓰기도 한다. 또 “새봄 큰 기운 좋은 일 가득”을 권하기도 한다.
입춘축 즉, 봄에 경사스런 일이 많기를 바라는 뜻의 ‘춘련(春聯)’을 써서 대문에 붙이는 습속 형식은, 두 구절이 짝을 이루는 시문을 ‘대구(對句)’라고 하며 이런 대구를 쓴 서예작품을 대련(對聯)이라고 한다. 이 대련은 건축물의 기둥에 써 건 주련(柱聯=영련楹聯)으로부터 비롯되었으며 주련의 기원은 ‘도부판(桃符板:부적을 그린 복숭아나무 판자)’에 있다. 이렇게 이름을 써서 흉획을 막으려 부적처럼 붙이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도부판이었다. 그러나 후대에는 귀신 형상 대신 길상어(吉祥語:길하고 상서롭기를 축원하는 말)를 붙이게 되었으며, 특히 입춘날에는 춘련을 써 입춘첩으로 붙인 것이다.
입춘날은 입춘절식이라 하여 궁중에서는 오신반(五辛盤)을 수라상에 얹고, 민가에서는 세생채(細生菜)를 만들어 먹었는데 오신반은 겨자와 함께 무치는 생채요리로 엄동(嚴冬)을 지내는 동안 결핍되었던 신선한 채소의 맛을 보게 한 것이다. 또 이것을 본떠 민간에서는 입춘날 눈 밑에 돋아난 햇나물을 뜯어다가 무쳐서 입춘 절식으로 먹는 풍속이 생겨났는데 이는 경기도 일대 산이 많은 양평, 가평, 연천 등 6개의 고을에서 멧갓·승검초 등과 같은 산나물들을 눈을 헤치고 캐내 임금께 진상한 것에서 유래하였다. 한편, 춘일 춘반(春盤)의 세생채라 하여 파·겨자·당귀의 어린 싹으로 입춘채(立春菜)를 만들어 이웃 간에 나눠먹는 풍속도 있었다.
입춘 때 가장 큰 일은 장을 담그는 일이다. 입춘 전 아직 추위가 덜 풀린 이른 봄에 담가야 소금이 덜 들어 삼삼한 장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 보면 보리뿌리점[麥根占]이라 하여 농가에서는 입춘날 보리뿌리를 캐어보아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데, 보리뿌리가 세 가닥 이상이면 풍년이고, 두 가닥이면 평년이고, 한 가닥이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입춘날 보리뿌리를 보아 뿌리가 많이 돋아나 있으면 풍년이 들고 적게 돋아나 있으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경기도 시흥·여주, 인천에서는 입춘 때 보리뿌리를 캐어 보리의 중간뿌리[中根]가 다섯 뿌리 이상 내렸으면 풍년이 들고, 다섯 뿌리에 차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속담으로는 입춘 무렵에 큰 추위가 있으면, “입춘에 오줌독(장독·김칫독) 깨진다.” 또는 “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 터진다.”라 하고, 입춘이 지난 뒤에 날씨가 몹시 추워졌을 때에는 “입춘을 거꾸로 붙였나.”라고 말한다. 입춘 무렵에 추위가 반드시 있다는 뜻으로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말이 생겼고, 격에 맞지 않는 일을 엉뚱하게 하면 “가게 기둥에 입춘이랴(假家柱立春)”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