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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북한 국방과학원이 발표한 2022년 1월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사진2: 조홍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이 재현한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이동 궤적. (국방국방정책연구 캡처)
사진3: 경기 평택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의 패트리엇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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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초음속 미사일은 보통 목표물을 타격할 때까지 ‘마하 5’(초속 1.5㎞·마하 1은 초속 300m) 이상의 속도를 내는 비행체를 말한다. 196㎞ 떨어진 평양에서 서울로 미사일을 쏜다고 가정하면 불과 2분 만에 도착하는 속도이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장기적으로 우리 한반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패트리엇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어떤 방어체계로도 극초음속 미사일 공격은 막을 수 없다고 한다.☆
조홍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이 2022년 올해 국방정책연구 여름호에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비행경로와 기능을 구체적으로 재현한 보고서를 게재했다. 내용을 발췌,소개한다.
지난 1월 11일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해 1000㎞ 떨어진 수역의 목표를 타격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미사일을 실제 극초음속 미사일로 가정하고 북한의 발표대로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한다면 미사일은 사거리 600㎞까지 ‘마하 10’으로 비행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1초에 3㎞를 비행한다는 뜻으로, 1분이면 평양에서 서울까지 도달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속도이다.
미사일은 사거리 100㎞에 도달했을 때 스스로 날 수 있는 탄두 부위, ‘활강체’를 분리했다. 활강체는 마하 10의 최고속도를 얻었고, 계속 상승해 400㎞ 지점에서 정점고도 60㎞에 도달했다. 이후 600㎞까지 완만하게 하강하면서 활공했다. 이는 정점 고도가 1000㎞에 이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탄도미사일보단 훨씬 낮게 날면서도 요격이 불가능할 정도의 빠른 속도를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 단계이다. 하강하는 듯 했던 극초음속 미사일은 사거리 600㎞ 지점부터 양력(비행체를 공중으로 띄우는 힘)을 일으켜 700㎞에선 다시 위로 솟구치면서 전진한다. 이것을 ‘풀업기동’이라고 한다.
양력을 일으킬 때 저항이 생겨 속도는 좀 떨어졌지만, 여전히 마하 5의 고속기동이 가능하다. 이어 목표물 인근에서 240㎞ 높이에 도달한 뒤 다시 내리꽂듯 하강해 목표물을 타격했다.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은 목표물에 닿기 직전인 ‘종말단계’에서 급격하게 속도가 감소한다. 이 때 요격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700㎞ 거리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일반 탄도미사일은 마하 1의 속도도 유지하지 못한다. 이때 상당수가 SM-2, 패트리엇 등 요격 미사일에 격추당한다. 활공단계에서 마하 10의 빠른 속도를 얻기 위해 발사각을 강제로 크게 낮춘다고 해도, 종말지점엔 마하 1을 조금 넘는 속도만 유지할 수 있다. 역시 요격 미사일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극초음속 미사일은 타격 직전까지 요격이 쉽지 않은 마하 2의 속도를 유지했다. 마하 2는 최신 초음속 전투기가 최대 속력을 내야 얻을 수 있는 속도이다. 비결은 목표물에 도착하기 직전 몸을 뒤집는 ‘배면비행’이었다.
일반 탄도미사일은 지구의 중력을 이용한 탄도비행을 한다. 그래서 일직선으로 날아가는데다 하강 경로를 예측할 수 있어 요격이 어렵지 않다. 반면 극초음속 미사일은 날개와 동체를 활용해 궤적을 바꾸는 비행이 가능하다. 그래서 주로 종말단계 전 위로 솟구치는데다 심지어 좌우로 비행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그래서 요격 미사일 레이더 반경을 우회한 뒤 90도로 방향을 틀어 목표물을 타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극초음속 미사일도 ‘만능’은 아니다. 항로를 계속 바꿔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유도 지시가 필요하다. 따라잡기 쉽진 않겠지만, 넓은 영역의 재밍(방해신호)으로 교란하는 방법이 있다. 또 최고 속도를 얻는 고도에 도달하기 전 격추하는 방법도 있다. 방향을 전환할 때 속력이 급격히 감소할 수 있어 이 때를 노리는 방법도 있다. 북한도 아직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을 완성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우선 미사일을 놓치지 않고 추적할 수 있는 레이더 기술 고도화가 시급하며 미국과의 실시간 탐지 정보 교류도 필요하다.(서울신문 8.14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