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소만(小滿)

nyd만물유심조 2022. 5. 16. 09:43

소만(小滿)은 24절기 중 8번째 절기로 5월21일이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滿)는 의미가 있다.

여름의 문턱이 시작되는 계절로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 “4월이라 맹하(孟夏, 초여름)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라고 했다. 이때부터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며 식물이 성장한다. 그래서 맹하는 초여름이라는 뜻인 이칭도 있다. 이 무렵 심한 가뭄이 들기도 하는데 이때를 대비해 농촌에서는 미리부터 논에 충분한 물을 가두어 모내기를 준비한다.

집앞 무논에 개구리들이 모여들어 짝을 찾느라 시끄럽게 울어대기 시작하는데 밤에는 더욱더 요란하다. 옛날과는 다르게 현대에는 별도의 묘판을 만들어 볍씨의 싹을 틔우고 어린모를 키우면서 모내기가 빨라져 보리를 심지 않은 논에는 소만 무렵부터 북쪽에서 먼저 모내기가 시작되어 차차 남쪽으로 내려간다. 이처럼 농촌은 모내기, 보리 베기, 밭농사를 위한 파종과 김매기 등으로 무척 바빠지는 본격적인 농번기가 소만 어간부터 시작된다. 이와 더불어 이제 시절은 명실상부한 여름이 되어 간다.

예전에는 이 시기를 두고 '보릿고개'라고 칭할 정도로 양식이 떨어지고 힘겹게 연명하던 시기였는데, 냉이가 죽어가고 보리는 망종이 가까워져야 익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는 모든 산야가 푸른데 대나무는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한다. 이는 새롭게 탄생하는 죽순에 영양분을 공급해 주었기 때문이다. 마치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어린 자식을 정성들여 키우는 어미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봄철의 누런 대나무를 가리켜 죽추(竹秋)라고 한다. 이즈음 죽순을 따다 고추장이나 양념에 살짝 묻혀먹는 것도 별미이고 또한 냉잇국도 늦봄이나 초여름에 많이 먹으며 보리는 말후가 되면 익기 시작하므로 밀과 함께 여름철 주식으로 많이 먹었다.

소만 어간에 보리와 밀의 이삭이 다 자라 가을의 벼처럼 누런빛을 띠어간다. 그래서 소만 끝 무렵에 이르면 보리가 거의 다 익어서 누렇게 되기에 이 시기를 ‘맥추(麥秋)’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보리의 가을 즉 보리의 추수철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소만은 아직 보리를 추수하기에는 좀 이른 때이고 다음 절기인 망종 때가 보리 수확의 최적기라 할 수 있다.

소만 어간에 쥐똥나무, 팥배나무, 쪽동백나무, 마가목, 산딸기, 산딸나무, 함박꽃나무 등의 유독 하얀 나무 꽃들이 주로 핀다. 이 가운데 쪽동백나무의 꽃은 곡우 어간의 수수꽃다리 꽃과 입하 어간의 아까시나무 꽃의 진한 향기를 이을 정도로 방향(芳香)이 강하고, 그 열매는 옛적에는 기름을 짜서 서민의 아녀자들이 동백기름의 대용으로 썼다. 그런데 그 열매가 동백의 열매보다 작아서 ‘쪽동백’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한반도가 원산지인 오동나무도 이때 향기가 진한 종 모양의 연보라색의 꽃을 피운다. 철쭉은 4월 하순 무렵부터 5월까지 피는데 산에서는 개화가 좀 늦기 때문에 전국의 철쭉제들은 대개 소만 어간에 열린다. 들에서는 콩과 식물로서 아일랜드의 국화인 토끼풀꽃이 소만 전부터 조금씩 피어나다 소만 무렵부터는 무더기로 피기 시작하여 여름 내내 피는데 꿀이 많아 꿀벌들이 많이 찾는다. 이 무렵에 부는 바람이 몹시 차고 쌀쌀하다는 뜻으로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