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입하(立夏)

nyd만물유심조 2022. 5. 3. 17:01



입하(立夏)는 24절기 중 일곱 번째 절기로 '여름(夏)에 든다(入)'는 뜻으로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절후이다.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麥凉), 맥추(麥秋)라고도 하며, ‘초여름’이란 뜻으로 맹하(孟夏), 초하(初夏), 괴하(槐夏), 유하(維夏)라고도 부르며 올해는 5월5일이다.
입하 무렵이 되면 농작물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몹시 바빠지는데 봄은 완전히 퇴색하고 산과 들에는 신록이 일기 시작하며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린다. 또 마당에는 지렁이들이 꿈틀거리고, 밭에는 참외꽃이 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묘판에는 볍씨의 싹이 터 모가 한창 자라고, 밭의 보리이삭들이 패기 시작한다. 집안에서는 부인들이 누에치기에 한창이고, 논밭에는 해충도 많아지고 잡초가 자라서 풀뽑기에 부산해진다. 그러나 입하는 아직 봄날씨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낮더위가 강해서 여름 날씨를 보이는 반면 이상 저온으로 3~4월 날씨를 보이기도 하는등 아직은 봄으로 소만 전후(5월 20~25일)에 여름이 시작된다고 하겠다.

옛날 재래종 벼로 이모작을 하던 시절에는 입하 무렵에 한창 못자리를 하므로 바람이 불면 씨나락이 몰리게 되는데, 이때 못자리 물을 빼서 피해를 방지하라는 뜻으로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는 말이 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해는 목화가 풍년 든다는 뜻으로 “입하 일진이 털 있는 짐승날이면 그해 목화가 풍년 든다.”는 말도 있다. 입하가 다가오면 모심기가 시작되므로 농가에서는 들로 써레를 싣고 나온다는 뜻으로 “입하물에 써레 싣고 나온다.”라는 말도 있다. 재래종을 심던 시절에는 입하 무렵에 물을 잡으면, 근 한 달 동안을 가두어 두기 때문에 비료분의 손실이 많아 농사가 잘 안 된다는 뜻으로 “입하에 물 잡으면 보습에 개똥을 발라 갈아도 안 된다.”라는 말도 있다.

예전엔 입하가 되면 그날의 날씨로 점을 쳤다. 입하에 동풍이 불면 오곡을 수확하고 백성이 편안하다고 여겼다. 또한 입하에 달무리가 있으면 그해에 물이 풍부하고, 그렇지 않으면 물이 귀할 것이라 예상하였다. 입하에 날이 청명하면 반드시 가뭄이 든다고 믿었다. 이때쯤 흔히 마시는 녹차는 곡우 전에 딴 우전차를 최상품으로 치지만 한국의 다성(茶聖) 초의(艸衣)선사는 "우리 차는 곡우 전후보다는 입하 전후가 가장 좋다"고 했다. 곧 전통차에서는 완숙하면서 깊은 여름차가 더 잘 맞는다는 말이다.

조선시대에는 입하에 구화(舊火)를 신화(新火)로 바꾸는 행화(行火) 의식이 행해졌다. 이와 같은 개화는 사립과 함께 계하(季夏)의 토왕일(土旺日)을 포함해 1년에 총 5차례 국화를 바꾸는 의식이다. 『주례(周禮)』에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나라의 불씨[國火]를 바꿔 때에 따라 유행하는 전염병을 구제하였다고 한 데에 연원을 두고 있다. 조선시대 개화의식은 이와 같은 『주례』의 내용을 상고하여 1406년(태종 6)부터 시행되었다(『태종실록』 6년 3월 24일). 개화를 행하는 이유는 불씨를 오래 두면 양기가 정도에 지나치게 형성되어 역병이 생길 수 있어, 계절마다 각기 다른 나무에 불을 붙여 불씨를 바꾸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