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연은 지난 2008년부터 3년마다 주요국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2008년 전 세계 11위였던 우리나라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2012년 공동 10위, 2015년과 18년 공동 9위, 그리고 작년에 '단독' 9위로 차츰 높아지는 추세다.
2018년 조사 때 우리나라와 함께 공동 9위를 차지했던 이탈리아는 작년엔 10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이와 관련 국기연은 이번 수준조사서에서 우리나라의 국방 R&D 투자규모가 미국·중국·영국 다음으로 많다며 "이를 바탕으로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시험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 시험발사 등 다양한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기연은 "(한국의 국방과학기술이) 프랑스·러시아·영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같이 선진국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나, 현실적으로 추가적인 투자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국기연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국방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이스라엘 사례와 같이 R&D 투자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기연의 이번 수준조사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작년에 Δ화포 Δ잠수함 Δ지휘통제 Δ방공무기 Δ사이버무기 Δ전자광학 Δ수중감시 Δ화생방 Δ국방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M&S) Δ국방 소프트웨어(SW) 등 10개 분야에서 기술수준이 향상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화포 분야는 2018년 전 세계 5위에서 4위로, 지휘통제 분야는 8위에서 6위로 각각 올랐다.
국기연은 우리나라가 "자주포 성능 개량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무인화·자동화기술을 확보하는 등 화포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K9 자주포 개발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국기연은 또 자동사격이 가능한 120㎜ 신형 자주박격포도 이 분야 기술력 향상의 주요 사례로 예시했다. 다만 국기연은 "신형 개인화기 분야에선 선진국 대비 기술수준이 미흡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기연은 지휘통제 분야 순위 상승과 관련해선 "'국방개혁2.0'을 통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무기체계의 무인화·지능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레이더(12위)·우주무기체계(10위) 등 11개 분야에선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돼 향후 국방 기술기획에서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기연은 특히 레이더 분야에 대해 "최근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용 능동전자주사배열(AESA) 레이더 개발을 비롯해 다수의 핵심기술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기술수준 향상이 기대된다"면서도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전략적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국기연은 또 우주무기체계 분야와 관련해선 "국산 우주발사체(로켓) '누리호' 발사시험을 실시하는 등 일부 발사체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아직 미국 대비 기술수준이 많이 낮은 편"이라며 "미래 전장상황을 고려했을 때 집중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국기연의 국가별 국방과학기술 수준조사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방산선진 16개국의 Δ지휘통제·통신 Δ감시·정찰 Δ기동 Δ함정 Δ항공·우주 Δ화력 Δ방호 Δ기타 등 8대 분야의 총 26개 무기체계 유형에 대한 기술수준 변화에 대해 국내 전문가 의견을 듣고 이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작년엔 국내 전문가 312명이 이 조사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