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한 일상의 변화에 발맞춰 기업 전략을 펼치면서 위기를 발돋움의 기회로 삼아 투자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기업의 명단인 셈이다. 주된 수혜 업종은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성장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 비대면 기반 정보기술(IT) 산업과 코로나19 국면의 돌파구로 여겨지는 바이오 산업이었다. 한국 기업 3곳도 100위 안에 진입했다.
FT에 따르면 올해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이다. 약 5개월간 시총이 4011억달러(약 485조원)가량 증가했다. 외출을 할 수 없게 되자 온라인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기업들의 감원이 줄을 잇는 와중에도 아마존은 17만5000명을 신규 채용하고, 이 중 70%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MS)였다. 원격근무 솔루션 제공에 힘입어 같은 기간 시가총액이 2699억달러 늘었다. MS의 협업 툴 '팀스'는 하루 최대 7500만명이 사용하는 기록을 세웠다. 원격진료, 원격 콘퍼런스 등 새로운 표준이 될 대안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인 애저(Azure)를 띄우면서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5000억달러를 돌파한 애플(2191억달러), 연초 대비 주가가 143.8% 뛴 테슬라(1084억달러), 중국 텐센트(930억달러)도 시총 증가 3~5위에 이름을 올렸다.
줌 비디오(15위), 넷플릭스(12위) 등 테크기업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 중인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36위), 길리어드 사이언스(79위) 등도 시총이 크게 늘었다.
국가별로는 미국 기업이 100대 기업 중 47곳을 순위권에 올려 가장 많았다. 중국 기업은 총 23곳이 명단에 포함됐다. 텐센트뿐만 아니라 핀둬둬(11위), 징둥닷컴(16위), 알리바바(22위)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음식배달 서비스로 시작해 병원·웨딩 예약 등으로 공격적으로 업종을 확대하며 주목받은 메이퇀뎬핑(13위)도 높은 순위에 올랐다.
네덜란드 기업이 5곳, 한국·스위스·일본은 각각 3곳씩 10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1위로 한국 기업 가운데 가장 순위가 높았다. 미국 제약업체 비르바이오테크놀로지와 코로나19 항체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고, GSK에 대규모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을 공급하는 소식이 주가를 밀어올렸다는 게 FT 설명이다. 72위에 오른 셀트리온은 자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해 수출 호재와 일본 경쟁사 다케다제약 인수까지 겹쳤다.
88위 LG화학은 올 1분기 중국·일본 업체를 제치고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점유율 1위에 등극한 점이 작용했다. FT는 "LG화학은 게다가 일본 경쟁업체 파나소닉을 추월했으며, 주가는 3월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110% 이상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의외의 기업들도 눈에 띄었다. 중국의 대표 증류주 마오타이를 생산하는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시가총액이 355억달러 늘어 20위를 차지했다. 희소성을 앞세운 브랜드 전략에 힘입어 매출이 급증했다.
'요가복계 샤넬'로 불리는 캐나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은 87위에 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홈 트레이닝' 유행이 불자 1분기 온라인 매출이 70%가량 늘었다.
프랑스 뷰티업체 로레알은 95위에 올랐다. 로레알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판매 전략에 가속도를 붙여 디지털 마케팅 등에 주력하면서 1분기 온라인 판매를 전년 같은 기간보다 53% 올리는 성과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