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 내리는 선택들(Choices)로 이뤄진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어떤 인생을 사느냐를 결정한다. 좋은 인생을 살려면 좋은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되는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하지만 좋은 정보가 반드시 좋은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객관적인 정보든 주관적인 해석의 과정을 통해 판단되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선택을 하려면 정보만큼이나 정보에 대한 해석과 판단이 중요하다. 어떻게 해야 주어진 정보를 올바로 해석하고 판단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 ‘의도적 합리화’를 경계한다
의도적 합리화(Intentional Reasoning)란 무의식에 있는 동기와 바램, 두려움 등이 정보 처리 방식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무의식에 자리 잡은 믿음과 취향에 따라 정보를 해석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어떤 의견이나 생각, 결정을 공격하거나 방어하려는 욕구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사랑에 푹 빠진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나쁜 정보를 들으면 그 정보가 틀렸다거나 과장됐다고 생각하며 그 정보를 공격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또는 뭔가 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사랑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자신의 믿음을 방어하려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정책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정책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이 연구 결과가 틀렸다는 증거를 찾고자 하는 동기를 갖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본인은 자신이 어떤 의도나 호불호 등의 감정에 따라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한다는 것을 모른다.
좋은 선택을 하려면 자신이 의도적 합리화의 틀에 갇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의도적 합리화는 똑똑한 사람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똑똑한 사람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정보를 짜 맞춰 그럴듯한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가 쉽다. 똑똑한 사람도 가짜뉴스에 속는 이유다.
- 이기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본다
미국의 작가인 줄리아 갈레프는 ‘당신이 틀렸음에도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유’란 제목의 테드(TED) 강연에서 “좋은 판단력을 갖는 것과 정확한 예측,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갖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주어진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것이 태도라는 지적이다.
갈레프에 따르면 군인의 태도를 가진 사람은 내 편처럼 느껴지는 정보와 의견은 이기길 바라면서 보호하려 하고 내 생각과 다른 정보나 의견은 적으로 간주해 쓰러뜨리고 싶어한다.
좋은 선택을 하려면 군인의 태도를 버리고 정찰병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정찰병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무엇이 있는지 보는 사람이다. 정찰병의 임무는 정직하고 정확하게 자신이 본 것을 전달하는 것이다. 자신이 본 것이 불편하고 즐겁지 않더라도 꾸며선 안 된다.
좋은 선택을 하려면 정찰병의 태도로 주어진 정보가 뭔지 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정보나 의견이 있는지, 자신이 바라는 결론은 뭔지, 어떤 상황을 두려워 하는 것은 아닌지 찬찬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며 의도적 합리화를 차단해야 정보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 루틴을 따른다
루틴(Routine)이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을 말한다. 반복적으로 내려야 하는 선택에 대해선 루틴을 만들어 놓는 것이 효과적이다. 출근할 때 입을 옷, 점심 메뉴, 퇴근 후 할 일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갈레프는 미국의 작가 팀 페리스의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란 책에서 “(선택의) 후회를 줄이고 싶다면 여러 대안을 많이 만들기보다는 흔들림 없이 지켜나갈 수 있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출장이 잦은 사람이 비행기 출발시간보다 1시간30분 전에 공항에 가는 루틴을 가졌는데 어느 날 도로에서 사고가 나 비행기를 놓쳤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이 사람은 앞으로 출장 갈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비행기 출발시간보다 2시간 일찍 도착하도록 해야 할까.
갈레프는 그냥 루틴대로 비행기 출발시간 1시30분 전에 공항에 도착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언제 일어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매번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하는 것도 시간 낭비이기 때문이다.
의도적 합리화를 경계해 있는 그대로 현실을 직시한 상태에서도 선택이 어려울 때는 루틴을 따르는 것이 좋다. 루틴이란 오랜 시간 여러 시도를 거쳐 가장 적합하고 도움이 되는 것으로 굳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 무엇을 선택하든 최선이다
우리는 대개 두 개의 선택지를 두고 갈등한다. 직장에 남을까, 이직할까. 이 사람과 결혼할까, 말까. 지금 집을 살까, 말까.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정찰병의 태도로 해석했는데도 도저히 뭐가 더 나은 선택인지 모를 때가 많다.
이에 대해 갈레프는 경제학과 심리학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더 나은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둘 다 똑같은 기대 가치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무엇을 선택하든 좋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물론 선택의 결과가 실패일 수도 있다. 예컨대 이직했는데 이전 직장의 연봉이 크게 올라갈 수도 있고 집 사는 것을 미뤘는데 집값이 급등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갈레프는 우리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고 있음을 잊지 말라고 한다. “무엇을 선택했든 간에 그것이 곧 나의 최선이요, 나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후회 없는 삶을 살라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