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0일(현지시간) 실시된 스위스 총선에서 녹색 정당들이 2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개표 결과, 기후 변화 대책을 공약으로 내건 녹색당과 녹색자유당이 각각 13.2%, 7.8%를 얻었다. 2015년 총선 때보다 녹색당은 6.1%포인트, 녹색자유당은 3.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반(反) 이주민으로 대표되는 스위스국민당은 25.6%로 가장 많은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4년 전보다는 득표율이 3.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와 3위는 16.8%의 사민당, 15.1%의 자민당이 차지했다. 두 정당의 득표율은 지난 선거 때보다 각각 2.0%포인트, 1.3%포인트 떨어졌다.
스위스국민당, 사민당, 자민당과 함께 연방평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기민당은 0.2%포인트 하락한 11.4%를 기록하며 이번 선거에서 약진한 녹색당에 4위 자리를 내줬다.
이에 따라 전체 하원 의석 200석 가운데 스위스국민당이 53석, 사민당이 39석, 자민당이 29석, 녹색당이 28석, 기민당이 25석, 녹색자유당이 16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국민당과 사민당, 자민당, 기민당의 의석은 지난 의회 때보다 각각 12석, 4석, 4석, 3석이 줄어들고, 녹색당과 녹색자유당은 각각 17석, 9석 늘어나게 됐다. 두 녹색 정당의 의석을 더하면 기존 18석에서 44석으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이상기후(폭염)가 화두로 떠오르며 녹색당의 약진을 이끌었듯, 이번 스위스에서도 환경문제가 정치 이슈를 압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프스 만년설과 빙하가 눈에 띄게 줄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자 지난달 베른에서 열린 기후집회에는 10만명이 운집하기도 했다. 레굴라 리츠 녹색당 대표(사진)는 이날 스위스 공영방송(SRF)에 “국민들이 보다 환경친화적인 정책을 원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현지 여론조사 기관 Gfs.bern도 “유권자들에게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문제가 건강보험료나 이민자보다 더 중요한 이슈였다”고 설명했다.
이제 다음 관심사는 원내 4당으로 도약한 녹색당의 연방평의회 진출 여부다. 스위스 의회는 득표율과 정당 간 전략적 합의를 통해 연방평의회에 참여하는 장관 7명을 배정하는데, 지난 60년간 ‘마법의 공식’에 따라 1~4위 정당들이 한두 석씩 나눠 갖는 동안 소수 정당들은 배제돼왔다. 이번 두 녹색 정당의 득표율을 더하면 20%가 넘는 만큼 오는 12월11일 장관 선거에서는 이 공식을 깰 것이란 기대감도 있지만 AFP는 한 번의 승리로 기득권 정당들의 합의를 얻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유럽 정치권에서는 ‘그린 물결’이 극우 세력을 견제할 새 변수로 떠오르는 추세다. 오스트리아 총선에 앞서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녹색당 그룹 의석이 크게 늘었고, 독일에선 녹색당이 여당에 이어 득표율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대규모 기후변화 시위가 유럽에서 큰 호응을 얻은 가운데 선거가 치러지기도 했지만 기성 중도좌파 정당보다 친 유럽연합(EU)과 좌파 색채가 뚜렷한 녹색당에 진보 유권자들의 표심이 쏠리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