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탐사 특히 화성 탐사에는 우주방사선을 막아야만 하는 중요 문제가 있으나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어 우려가 되고 있다. 미국이 밝힌 화성 유인 탐사는 2033년으로, 겨우 14년 남았는데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구에 비교적 가까이 있어 사전에 이상 동향을 관측할 수 있는 태양이 아니라 은하계에서 날아드는 방사선이 주로 문제다. 태양은 각종 위성과 지상 망원경으로 흑점 폭발과 같은 비상 상황을 볼 수 있고, 많은 방사선 피해는 관측 이후에 나타난다. 하지만 광년 단위의 먼 우주에서 날아드는 방사선은 다르다.
우주 방사선은 별의 수명이 다해 폭발하는 초신성 같은 데서 시작된다. 위치를 정확히 알 수도 없고 가까이에서 미리 살펴볼 방법도 없어 피해가 나타나야만 측정이 가능하다. 우주 방사선 속에서 이뤄지는 장기간의 우주 임무는 뇌와 심장, 중추 신경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암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 방사선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다양한 형태의 방사선을 차폐하는 기술은 사실 오래전에 인류가 개발해 놨다. 우선 납이 꼽힌다. 병원에서 CT나 엑스레이를 찍을 때 촬영실 내부에 상시적으로 머무는 의료진은 매우 무거운 옷을 걸치는데 이 안에 납덩어리가 들어 있다. 물도 효과적인 수단이다. 물을 구성하는 수소가 방사선을 막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무게다. 방사선을 잘 막는 물질은 덩치는 작아도 질량은 큰, 다시 말해 밀도가 높은 물질이기 때문이다. 물 1ℓ는 1㎏에 달한다. 화성까지 가는 거대한 우주선 벽면에 물이 흐르게 하는 구조로 방사선을 막으려 한다면 수백㎏에서 수t의 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3년 나로호가 연료와 액체산소 130t을 연소시켜 겨우 100㎏짜리 위성 1개를 지구 저궤도에 밀어 올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막대한 양의 물을 껴안고 중력을 뿌리치며 우주로 나서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가장 좋은 방법인 물과 납은 무게 때문에 힘들어
납도 마찬가지다.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 물에 쉽게 가라앉도록 허리에 차는 납 덩어리는 크기가 휴대전화보다 작지만 무게는 1㎏ 내외에 이른다. 콘크리트를 발라도 방사선을 막을 수 있지만, 이 무거운 물질을 우주선에 적용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텅스텐이나 알루미늄 같은 비교적 가벼운 금속을 우주선에 입혀 방사선을 차폐하는 방안도 있지만 대부분 화성을 목표로 한 장기간의 우주 여행이 아닌 지구 저궤도나 멀어도 달 주변에서의 영향을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대책이다.
-유럽우주국 “차폐기술 개발 착수” 밝혔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
유럽우주국(ESA)은 최근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진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SA에 따르면 지구에서 화성으로 편도 비행하는 6개월을 가정하면 우주 비행사는 자신의 전 생애에 허용되는 방사선량의 60%가량을 쪼인다. 방사선 차폐 프로젝트를 맡은 마르코 듀란트 ESA 연구원은 지난달 “방사선 문제를 이대로 둔다면 화성에 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2017년부터 ESA는 빛의 속도로 원자 입자를 가속해 우주 방사선을 재현하는 실험에 들어갔다. 유럽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입자 가속기라는 첨단 장비를 써 모의 우주 방사선을 만든 다음 다양한 실험을 하는 것이다. 2016년에는 휴대용 가스버너 크기의 방사선량 측정기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나가는 ESA 소속 우주인에게 들려 보내 방사선량을 실시간으로 재는 등 기초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뾰족한 대책이 나올 기미가 있는 건 아니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에 의하면 “현재 연구 수준은 생물 조직과 유사한 재료에 우주 방사선을 쪼인 뒤 어떤 변화와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는 초보적인 단계”라고 한다. 우리 몸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기술적으로 방사선을 차폐할 수단과 우주에서의 행동 수칙 등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